IMF “2025년 성장률 5.4%…개혁 없인 장기 성장 제약 우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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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제가 자본 형성 둔화, 제조업 부문의 취약성, 거버넌스(지배구조) 위험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필리핀 싱크탱크 글로벌 소스 파트너스(GlobalSource Partners) 의 국가 분석가 디와 기니군도(Diwa Guinigundo) 는 최근 보고서에서 “필리핀 경제는 외부 충격에도 회복력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단순한 회복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가 개발 제약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니군도는 특히 자본 형성 성장 둔화를 가장 우려되는 신호로 꼽았다. 그는 “국내총자본형성(GDCF)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6.6%에서 2025년 상반기 2.4%로 급격히 둔화됐다”며 “이는 민간 및 공공 투자 모두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가 장기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은 서비스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 비해 기술 투자와 산업 고도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여기에 거버넌스 위험과 부패 문제가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최근 사회기반시설, 특히 홍수 조절 사업에서의 부패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페소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2일 보고서에서 필리핀의 **2025년 GDP 성장률을 5.4%, 2026년 5.7%**로 전망했다. 이는 필리핀 정부의 목표치(2025년 5.5~6.5%, 2026~2028년 6~7%)보다 낮은 수준이다. IMF 필리핀 대표 엘리프 아르바틀리 삭스가드는 “필리핀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반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중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와 구조 개혁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리핀 중앙은행(BSP)은 지불수지(BOP) 적자가 2025년 GDP의 1.4%, 2026년에는 0.6%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CA) 역시 2025년 GDP의 3.3%, 2026년 2.9% 수준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니군도는 “경제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페소화 가치 하락과 수입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 운용도 점점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물가 상황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쌀과 생선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유류비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늘고 있다. 여기에 9월부터 12월까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홍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농가 피해와 식료품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9월 물가상승률을 **1.5~2.3%**로 예상했으며, 상단에 도달할 경우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기록될 전망이다. BSP는 오는 10월 9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 상승률이 BSP의 목표 범위(2~4%) 내에 있는 만큼, 중앙은행은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의 경제학자 루이스 둠라오(Luis Dumlao) 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향후 GDP 성장세를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니군도는 “필리핀은 회복력 있는 경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며 “자본 투자 확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부패 척결 없이는 6%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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