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미국 소비자들에게 애국심과 신뢰의 상징이었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라벨이 최근에는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과 가치, 그리고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크게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대기업 연맹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0%만이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의 60%에서 1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원산지보다 가격과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대기업연합회의 데니스 다르호프 리서치 책임자는 “원산국은 여전히 고려 대상이지만, 높은 생산 비용과 관세 부담 때문에 미국산 라벨이 오히려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습관 변화에는 인공지능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 생태계 혁명》의 저자 조 후디카는 “AI가 소비자의 필요를 예측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제공하면서, 브랜드가 단순히 고객을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미국인 1,000명 중 35%가 매일 ChatGPT, 이미지 생성기, Siri 등 AI 기반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이제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보다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인가를 더 중시하는 것이다.
관세 인상으로 최근 한 달간 소비자 가격이 2.4% 상승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후디카는 “미국에서 제조된 제품이라도 부품 상당수가 해외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메이드 인 아메리카’ 라벨만으로는 순수한 자국 생산을 의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는 소비자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해주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메이드 인 아메리카” 라벨은 여전히 의미 있는 상징으로 남아 있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가격·가치·편의성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쇼핑 과정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제조국 라벨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