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공화국' '변호인단 정부' 더 이상 안된다

 또 동기냐?  이재명대통령 취임 100일째 되는 날, 주 유엔대사에 연수원 18기인 차지환변호사를 내정하면서 정치권에서 이구동성 터져나오는 볼멘소리다.

 그 강도는 야당 보다 여당쪽이 더 센것이 특징이다. 국민 2명중 1명 꼴로  국정운영에 'A' 학점을 준다는 여론조사가 나온날 '윤석열= 검사, 이재명 = 변호사'가 웬말이냐는 자조섞인 푸념이 넘쳐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사에서 새로운 정권의 탄생과 '사람의 교체’는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비서진과 정부요직 인사들이 대거 바뀌고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과 경험, 학교 그리고 인연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이재명정부에서 벌어진 인사 행보는 그 속도가 빠르고 폭이 크다. 특히 현재까지 대통령과 개인 친분이 있는 대학, 연수원 동기거나 변호인 출신 인사가 무려 14명 이상이다.

 실제 민주당은 야당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학 동기나 검사 출신들을 임명한다고 맹비난 해 왔던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수가 바뀌자 전 정권과 약속이나 한듯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로 사법연수원 18기 동기 위철환 변호사를 지명했다. 같은 날  임명 제청한 박상진 산업은행회장도 중앙대 법대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연수원 동기 중 정부 요직에 낙점된 인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낙마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늘어났다.

 사법리스크를 책임져 온 변호인 출신 8명도 요직을 차지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북송금, 공직선거법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야당은 '동기 공화국'이냐고 애둘러 비판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이와관련 "국가의 주요 요직들이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18기 라인'으로 채워지며, 현 정부 권력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장동·쌍방울 사건 등 이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재판의 변호인단 중 금융감독원장, 법제처장,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비서관 등 소위 좋은 자리가 즐비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재명 변호인단 정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비판의 요지는 명확하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보은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통령을 변호한 인물들이 능력 있는 법조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권력이 한꺼번에 특정 인연 집단에 의해 채워질 때 생기는 ‘권력 사유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법률 자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에서 배제될 필요는 없으며, 전문성과 역량에 따라 발탁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법률가로서 경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 결과가 국민 눈높이에서 여론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다. 국정은 인사(人事)에서 시작된다. 인사는 곧 메시지다. 대통령의 철학, 국정 운영의 방향, 그리고 권력의 성격이 인사를 통해 드러난다. 

 이 정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개혁과 통합의 길인지, 아니면 친정 체제의 강화와 보은 인사의 길인지는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인사 행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려면 투명성과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인사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야당시절 공,사 구분도 못하냐며 윤 전 대통령을 비판 했었던 기억을 대통령과 참모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론은 바위에 단단하게 고정된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언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살아있는 생물이다.<김창권 大記者>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