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이 일본 경제에 의외의 호재를 안겼다. 내각부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속보치보다 크게 상향 조정되었으며, 연율 기준으로 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일찍 찾아온 고온 현상이 외식 수요를 자극해 개인 소비가 예상보다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실질 GDP는 물가 변동 요인을 제외할 경우 전 분기 대비 0.5% 증가했으며, 연율로 환산하면 2.2% 성장에 해당한다. 지난 8월 15일 발표된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3%, 연율 1.0% 증가였던 것과 비교하면 실물 경제의 강한 흐름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장세를 이끈 주 요인은 개인 소비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속보치에서 전 분기 대비 0.2% 증가로 집계됐으나, 이번 수정치에서는 0.4% 증가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외식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으며, 냉면과 맥주 등 폭염 대응 메뉴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일본식품서비스협회의 조사에서도 6월 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올해 6월을 189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더운 달로 기록했다. 오키나와, 긴키, 간토 고신 등 주요 지역에서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끝나면서 역사적 폭염이 이어졌고, 이는 소비자들의 지출 절약 경향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번 성장세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각부는 1분기 GDP를 기존 전 분기 대비 0.2% 증가에서 0.03% 증가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2분기 증가폭이 크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소니파이낸셜의 미야지마 다카유키 대표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향후 고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인 소비의 지속적 개선뿐 아니라 기업 설비 투자와 수출의 안정적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7월 수출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일생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연구원은 “2분기 성장률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율 2%대 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물가 대책 등 경제정책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3분기 경제 동향이 일본 경기 전망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