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도상국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정책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달러 부채 대신 스위스 프랑 등 저금리 통화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9월 2일 보도를 통해 케냐, 스리랑카, 파나마 등 국가들이 기존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 대체 통화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로, 다른 주요 중앙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달러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자산운용의 아만도 아멘타 글로벌경제연구부 부사장은 “높은 금리와 가파른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은 신흥국이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파나마는 7월 은행으로부터 약 24억 달러 규모의 스위스 프랑 대출을 받았다. 파나마 재무장관 펠리페 채프먼은 “달러 채권 발행 대비 2억 달러 이상 비용을 절감했으며, 이미 대출 헤지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달러 자본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로와 스위스 프랑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역시 달러 채권을 스위스 프랑 대출로 재융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XP 인베스트먼트의 안드레스 팔도 전략 책임자는 “콜롬비아가 7~8% 금리의 달러 채권과 최대 12%의 현지 페소 채권 대신 1.5% 수준의 스위스 프랑 차입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콜롬비아는 재정 규칙을 중단하면서 자국 통화 채권이 S&P로부터 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위스 프랑 채권 발행이 단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달러 채권 시장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JP모건에 따르면 신흥 시장 기업들의 유로 채권 발행도 증가 추세다. 올해 7월까지 유로 채권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인 2,390억 달러에 달했으며, 신흥국 기업의 달러 채권 잔액은 약 2조5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