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월 6일 보도를 통해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한 1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2025년 2분기(4~6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3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고급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엔비디아의 GPU ‘블랙웰(Blackwell)’ 시리즈가 시장을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11개 기업 총매출의 22%를 차지하며 2년 전 4%에서 크게 도약했다.

엔비디아의 성공은 협력사에도 훈풍을 불렀다. 대만 TSMC는 생산 위탁 수요로 최고 이익을 기록했고, 한국 SK하이닉스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판매 호조로 순이익이 70% 급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진과 HBM 연구개발 지연으로 이익이 50% 감소했고, 인텔은 6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비(非)AI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차량용 반도체 판매가 줄었고, 스마트폰 칩을 주력으로 하는 퀄컴의 이익 증가율도 30%에 그쳤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구조조정 비용과 판매 감소로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재고 관리 효율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1개 기업의 평균 재고 회전일수는 약 49일로 정체된 가운데, 미·중 무역 마찰과 관세 정책에 대비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재고를 늘리면서 과잉 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수출 제한 대응을 위해 AI 반도체 재고 준비금을 적립하면서 8억 달러의 비용을 반영,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9%포인트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AI 특수로 인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는 이어지겠지만, 각국의 규제, 무역 마찰, 그리고 경쟁사들의 AI 반도체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엔비디아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 경쟁력이 향후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