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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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할당량을 초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협정 준수를 강조했지만 실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국제 유가와 OPEC의 단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6월 원유 일일 생산량은 980만 배럴로 할당량을 43만 배럴 웃돌았다. 7월에는 953만 배럴로 줄었으나 OPEC 지도국으로서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UAE 역시 하루 평균 약 35만 배럴을 초과 생산한 것으로 집계돼 OPEC 보고와 차이를 보였다.

사우디와 UAE는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광, 엔터테인먼트, 금융, 제조업 등으로 경제를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640억 달러를 투입하고, 5,000억 달러 규모의 신미래도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석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확대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9월 3일 기준 배럴당 약 64달러로 연초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도 유가가 급등하지 않은 것은 주요 소비국들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 억제를 요구하며 5월 사우디와 UAE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 수요 전망을 두고 IEA와 OPEC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IEA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무역 갈등 등을 이유로 수요 전망을 낮추고 원유 재고 증가를 예상하는 반면, OPEC은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를 전망한다.

과거 카자흐스탄과 이라크가 불법 생산으로 지목된 가운데 사우디와 UAE까지 초과 생산 논란에 휘말리며 OPEC 내부 결속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상승할 때는 단합이 가능하지만, 가격이 하락할 때는 회원국 간 전략적 차이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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