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미래 전략을 설계하고, 첨단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며, 위기 시 기업과 산업을 구하는 마지막 보루다. 현재 산업은행 회장 자리가 석 달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최대 10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3500억 달러 투자펀드, 석유화학산업 재편 등 굵직한 현안들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수장의 공백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법 제13조는 회장을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절차의 본질은 인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특정 인사의 정치적 공헌이나 선거 지원 여부가 고려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은행 수장은 정치적 보은 인사가 아니라, 국가 금융 경쟁력을 책임질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
특히 지금은 AI 기반 금융혁신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 흐름에 뒤처질 경우, 미래전략산업 지원이라는 국책은행의 핵심 역할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는 무엇보다 금융 현장을 꿰뚫는 전문성, 노사와의 원만한 소통 능력, 산업은행 내부 사정과 은행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이다. AI 금융시대의 도래는 과거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혁신적인 자금 운용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 회장은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이자, 정책을 집행하는 은행 전략가다. 노사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분열되고, 금융시장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린다. 이전에도 은행 비전문가인 강석훈 회장 체제에서는 임기 3년 내내 노사갈등으로 은행 전체가 분열되고 많은 유능한 직원들이 퇴직을 하였다. 따라서 노사를 잘다룰줄알고, 산업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은행전문가가 수장을 맡는다면, 산업은행은 안정된 조직 운영 속에서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단순히 자금을 배분하는 창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정책금융의 심장이다.
차기 회장은 정치적 인연이나 외부 화려한 경력보다, 산업은행의 특수성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은행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산업은행법의 취지에 맞고, AI금융시대에 선진대국과 경쟁하면서 대한민국 금융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