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CNN은 8월 13일, 133년 역사를 가진 사진 장비 제조업체 이스트먼 코닥이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닥은 월요일 발표한 재무 보고서에서 약 5억 달러에 달하는 만기 부채를 상환할 “약속된 자금이나 사용 가능한 유동 자금”이 없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문건을 통해 “이런 정황들은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코닥은 현금 확보를 위해 연금 계획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세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제품인 카메라, 잉크, 필름 대부분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짐 콘티넨자 코닥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2분기에도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장기 계획을 실현하는 데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대변인은 CNN에 “대부분의 정기 대출을 만기 전에 상환하고, 나머지 부채 및 우선주 부채는 조정·연장·재융자를 통해 대응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정오 거래에서 코닥 주가는 25% 이상 폭락했다.
코닥은 1892년 설립되었으나 역사는 18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은 당시 세계 최초의 인쇄코팅기 특허를 획득했으며, 1888년에는 25달러에 첫 코닥 카메라를 선보였다. “당신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사진 대중화를 이끈 상징이었다. 회사명 ‘코닥’은 특별한 의미 없이 이스트먼이 좋아하는 알파벳 ‘K’에서 착안해 만든 단어다.
코닥은 한 세기 이상 카메라와 필름 시장을 지배했다. 1970년대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필름 90%, 카메라 85%에 달했으며, 1973년 폴 사이먼의 히트곡 Kodachrome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이 1975년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2012년, 코닥은 약 10만 명의 채권자와 67억 5천만 달러의 부채를 안고 미국 파산법 제11장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2020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제약 원료 생산업체로 전환하며 한 차례 반등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코닥은 여전히 영화 산업을 포함한 기업용 필름과 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자사 브랜드를 다양한 소비재에 라이선스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채 위기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사진의 대명사’였던 코닥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