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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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 인사는 누구보다 모범적인 생활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회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대  로마제국 귀족들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불문율로 통했다.

초기 로마 공화정 귀족들은 솔선해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 전쟁에 참여했는데, 16년 동안 이어진 제2차 포에니 전쟁(BC218~202) 때는 13명의 집정관이 전사했다.

집정관은 로마 공화정 시기에는 가장 높은 관직이었다.  그야말로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인 셈이다.

로마 귀족들은 자신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이 높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으로 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그래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은 호민관이나 집정관 등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로  영국 왕실도 손꼽하다. 귀족 집안 자제들이 다니던 영국 이튼스쿨과 트리니티칼리지 등 명문학교 재학생 중에는 제1, 2차 세계대전에 자원해 전사한 학생이 많았다. 또 영국 왕실 남자들은 100% 장교의 신분으로 군복무를 마치도록 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례로는 조선 정조 때 기근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으로 쌀을 사서 나눈 거상 김만덕, “백리 안에 굶는 이가 없도록 하라”는 신념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 가문 등이 손꼽힙니다. 

역사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뜻은 ‘귀족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기와 솔선수범’에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로 변해왔지만, 
요즘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의 나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우리 근대사에도 
경주 최부자댁의 가훈인 육훈육언(六訓六然)은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표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
조선조 최진립의 가문인 경주 최씨 가문으로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간 부를 이어온 것을 의미한다. 12대로 대대손손 가훈을 지켜가며 부를 쌓았고, 나그네나 거지들 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밥을 먹여주는 좋은 선행을 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육훈(六訓)은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2.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3.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4.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5.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6. 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육연(六然)
1.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2. 처인애연(處人靄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3.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4. 유사참연(有事斬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5. 득의담연(得意澹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복하고
6. 실의태연(失意泰然): 실의에 빠졌을 대는 태연히 행동하여라.

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합해진 것이다.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우리네 사회가 더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려면 사회지도층 및 정치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준수가 생활화 되어야 한다.

김창환 공주대학교 행정학박사 교수  

canghuan@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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