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8월 7일부터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새 관세가 발효되면서 평균 관세율이 20.1%에 달해 1930년대 대공황 시기를 넘어 1910년대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의 8월 8일 발표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취임 당시의 2.4%에서 급등한 수치다.
이번 평균 관세율은 대공황 시기 약 20%를 웃돌며, 당시 높은 관세가 경기 침체를 장기화시켰다는 경제학자들의 평가와 맞물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전 세계 무역 파트너에 10%의 대등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중국과 상호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대중국 관세율이 한때 145%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평균 관세율은 5월 한때 24.8%로 치솟아 19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양국은 5월 중순 관세 전쟁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해 대중국 관세율은 30%로 낮아졌으나, 해당 유예는 오는 8월 12일 종료 예정이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연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 WTO와 IMF의 최신 통계에는 미국이 유럽연합·한국·일본과 체결한 최신 관세율, 브라질·캐나다에 대한 일방적 인상, 8월 1일 시행된 구리 반제품 관세 등이 반영됐다.
다만 이번 평균치는 2024년 무역량을 기준으로 산출되어, 기업들의 대응 변화—상품 비축, 구매 지연, 수입원 전환, 수입 축소 등—는 고려하지 않았다. 예일대 Budget Lab 연구센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실질 평균 관세율이 약 17.7%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WTO는 이날 무역 보고서에서 최근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반영해 2026년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연방 순회 항소법원이 대등 관세 부과 권한을 부정할 경우 “1929년 대공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으며,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수천억 달러가 국고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국제긴급경제권법》을 근거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으나, 현재 연방 순회 항소법원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31일 청문회에서 판사는 백악관이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이유로 법을 적용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헌법상 관세 정책은 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며, 보수 성향 판사가 6대 3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