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릇 기업의 흥망성쇠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과 하나금융의 과거, 현재를 관통하는 인연 역시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거래지만, 그 속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긴 인연’이 교묘하게 실타래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다.
2009년으로 돌아가 보자. 한때 경기도 부천의 랜드마크로 불렸던 타이거 월드가 경매로 넘어가던 시점이다.
당시 하나은행은 약 1,300억 원의 담보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이 부동산을 사실상 헐값에 가져갔다.
윤석금의 개인 회사 ‘태성티앤알’이 이를 인수했는데, 자본금은 고작 5000만 원.
놀랍게도 하나은행은 자신들이 가진 담보권을 윤석금 측에 넘겨주고, 웅진 계열사들은 보증까지 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배경이 숨겨져 있었다. 하나금융의 당시 수장이었던 김승유 전 회장과 윤석금 회장은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로 알려져 있다. ‘인간관계’가 금융을 움직인 대표적 사례다.
시간이 흘러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 함영주 회장 체제로 넘어왔다.
함 회장은 기존 김승유 체제의 관행을 벗어나겠다고 공언했지만, 금융 권력의 그늘은 여전히 고스란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하나금융의 ‘웅진 지원 전력’은 지금도 리스크 관리의 사례로 은행 내부에서 전설적으로 회자 된다.
특히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25년,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확장 전략은 여전히 웅진 때와 유사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과거와 같은 ‘특정 기업 편의’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함 회장과 웅진 윤 회장은 충남이 자랑하는 명문 강경상고 동문이기도 하다.
척결되지 않고 있는 [금융 카르텔] 타이거 월드 사건은 그 상징이다. 자본금 5000만 원 짜리 회사가 2,5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가져가는 기적 같은 일은, 금융 선진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 회장은 이후 웅진코웨이를 팔고 다시 샀다가 또다시 팔았다. 그의 재계 복귀 과정에 금융권의 관용이 있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윤석금–하나금융’의 질긴 인연은 한국 금융의 비정상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적 관계가 공적 금융의 룰을 덮어버리는 순간, 시장의 공정성은 무너진다.
함 회장의 하나금융은 과거의 관행을 청산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답은 ‘NO’다.
타이거 월드의 기억을 뒤로하고, 진짜 ‘1% 그들만의 금융’이 아닌 이재명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서민을 위한 국민이 주인인 약자를 위한 금융을 만들 수 있느냐가 당면한 과제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금과 하나금융의 ‘질긴 인연’은 한국 금융의 고질병으로 남아 또 한 번 아니 계속 반복될 것이다.
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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