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위한 국제 연대 본격화

프랑스, 케냐, 스페인, 바베이도스를 포함한 8개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일환으로, 항공업계의 고급 좌석 이용자와 개인 전용기 탑승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공동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유엔 지속 가능한 개발 자금 회의 첫날, ‘세비야 행동 플랫폼’을 통해 공식화되었다.
이번 세금 부과 계획에는 소말리아, 베냉, 시에라리온, 앤티가 바부다도 동참했다. 이들 국가는 항공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고급 항공 여행을 통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기후 적응과 공정한 전환을 위한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페인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과세 조치가 “녹색 세수를 확대하고, 보다 진보적이며 일관된 세금 시스템을 구축해 국제적 단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역시 “항공 산업이 기후 재정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세원이 빈곤 국가들의 재정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안된 과세 방안이 국제적으로 확대 시행될 경우, 최대 1,870억 유로(약 2,800억 싱가포르 달러)의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탄력적인 인프라 투자, 녹색 전환, 기후 적응 자금 등 다방면에 활용될 전망이다.
기후 단체들도 이번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상위 계층의 오염도가 높은 교통수단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의미 있는 조치”라며, 이는 기후 정의 실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의 뉴섬 전 세계 정치 책임자는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는 국제 협력은 공정할 뿐 아니라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의 피해는 주로 가난한 국가들에게 집중되지만, 이들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부유국들의 개발 원조가 줄어드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해운, 화석연료, 플라스틱, 암호화폐 등 고오염 산업에 대한 과세를 통해 새로운 재정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고급 항공 여행 과세 추진은 국제사회가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는 상징적 이정표로, 향후 보다 광범위한 녹색 세금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