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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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증시에 경종을 울리는 연쇄 상장폐지 결정이 잇따랐다. 쌍방울, 광림, 퓨처코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회계 비리? 경영 부실? 아니다. 보수 진영이 말하는 "이재명 사단"과의 연루설,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정치 탄압"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이다.

쌍방울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쌍발울,광림등의 회사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멀쩡한 회사를 대북 송금에 관련됐다는 한가지 이유로상장폐지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심한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횡령,배임등의 정황이 전혀 없는 퓨처코어는 공장을 새로짓고이제서야 막 이익이 나는회사인데 전격적으로 상폐를 시켰다"며 "거래소의 자체판단으로 정상적인 기업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일간신문 하단광고를 통해 정치프레임에  얽혀  정상적인 기업이 납득하지 못할 사유로  상폐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국민에게 드리는 간곡한 호소문에서 "악의적인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자유경제질서의 원칙이 무너진  아주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쌍방울,광림,퓨처코어의 잇따른 상폐사태를 계기로 정치와 자본의 연결고리가 다시금 우리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부실이나 자본시장 질서 차원의 이야기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상장폐지라는 칼날이 ‘전 정권 코드’에 맞춰 휘둘린 것이냐는 의문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기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그간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송금 의혹등으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게 사실이다.

광림 역시 그 지배구조 아래 있으며, 퓨처코어까지 포함하면 이들은 사실상 하나의 '정치적 연관기업군'으로 묶인다.

거래소는 “엄격한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상폐”라 설명했지만, 과연 시장 규율만이 작동한 결과일까? 

거래소가 상장폐지 사유로 내세운 감사의견 거절, 자본잠식, 내부통제 미흡 등은 사실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된 문제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그리고 왜 이 기업들인가?

검찰은 정치인을 향한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수사가 시작된 시점, 수사의 방향성, 그리고 상폐 시기까지 고려할 때, 단순한 법 집행 이상의 정치적 신호가 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사정 드라이브’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적폐청산은 국정 운영의 명분이었고, 그 칼날은 대부분 전 정권을 향했다.

이번 상폐 사태가 거래소의 규정대로만 이루어졌다면, 왜 ‘정치적 타깃’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결국 문제는 ‘정의’의 실현 방식에 대한 불신이다.

법의 이름으로 자본을 다루고, 시장의 이름으로 정치를 흔드는 일련의 과정은 '형식적 합법성'을 갖추더라도 그 본질은 정치적 의도를 지녔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회계 비리와 자본잠식, 경영 투명성 미흡 등은 상장폐지 사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유독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업에만 이런 잣대가 가혹하게 작용한다면, 이는 시장 규제의 선택적 집행이며, 그 본질은 정치적 행위다. 검찰은 수사로, 거래소는 상폐로, 정치권은 침묵으로 정적을 지워버리는 완성된 퍼즐이란 말이 허언이 아니게 된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행되는 이러한 정치-경제의 교차 제재가 시장에 대한 불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진보든 보수든, 권력을 쥔 자가 ‘법과 제도’라는 무기를 들고 상대를 지우는 일이 반복된다면, 피해자는 결국 국민과 투자자다.

쌍방울·광림·퓨처코어 사태는 단지 기업의 몰락이 결코 아니다. 이는 정치가 자본의 세계에 발을 들일 때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집약적 사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기관들이 실질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믿을 수 없게 되면, 시장도, 정치도 무너진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것은 냉소와 혐오뿐이다.

정치는 시장을 활용해서는 안 되며, 시장은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와 금융당국은  쌍방울,광림,퓨처 코어의 잇따른 상폐 사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현미경으로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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