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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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마다 매번 등장하는 익숙한 단어, ‘단일화’. 명분은 대개 하나다. "정권 심판" 혹은 "진영의 승리."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명분은 낡아 보이고, 실익은 불투명해 졌다. 

그리고 지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마주 선 이번 보수 진영의 단일화 논쟁은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과감한 제안을 꺼냈다. “40대 국무총리론.” 젊은 피를 내세워 세대교체를 약속하며, 동시에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의 손을 내민 것이다.

명분도, 전략도 갖춘 제안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없다”며 수신차단을 선언했고,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표면적인 갈등은 단일화라는 전술의 차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훨씬 깊고 근본적이다. 김문수는 보수의 과거이자 전통을 대표한다. 

반면, 이준석은 보수의 미래와 세대교체를 자처한다. 이들의 평행선은 단일화가 아닌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단어로 읽혀야 마땅한지도 모른다.

보수는 지금 두쪽으로 갈라진 거울 앞에 서 있다. 한쪽은 오래된 서사와 기득권의 안온함이고, 다른 한쪽은 실험과 불안정성 속의 새 틀이다.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갈등의 미봉에 불과하다. 김문수의 제안은 관록의 상징이었지만, 이준석에게는 적어도 과거로의 회귀로 비쳐졌다.

이 싸움은 결국 세대의 충돌이자 철학의 차이다. 한쪽은 연합을 외치고, 다른 한쪽은 분화를 택한다. 과거의 보수는 타협을 미덕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는 쪽이 오히려 ‘실용적’일 수 있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보수가 변화의 진통을 겪는 과정일 수도 있다.

문제는 유권자다. 매일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메시지 속에서, 유권자들은 여전히 분명한 비전과 태도를 요구한다.

단일화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다. 김문수의 노회함이든, 이준석의 개혁 독자 노선이든, 이제는 각자의 길에서 자신만의 정당성을 분명하게 증명해야 한다.

단일화는 끝났다.

그러나 이 단일화의  실패가 남길 정치적 파장과 후유증은 두 후보는 물론 보수 진영 전체에 길게 이어질 것이다. 

진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보수는 과연 앞으로 이 갈등을 뛰어넘는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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