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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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4월 23일 미국 대형 기술 기업인 애플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에 대해 반독점 금융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발효된 ‘디지털 시장법’을 근거로 한 첫 번째 제재 사례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유럽연합의 강경한 대응을 보여준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 불공정한 이용 약관을 설정해 앱 공급업체와 소비자 이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5억 유로(약 7,4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메타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집한 개인 데이터를 사용자 동의 없이 결합해 광고에 활용한 혐의로 2억 유로(약 2,960억 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긴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왔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법 집행일 뿐, 무역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쟁 업무를 담당하는 테레사 리베라 위원은 멕시코 방문 중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의 집행을 존중받기를 원하며, 관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메타 모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애플은 "불공정하게 겨냥됐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고, 메타는 "성공한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인해 유럽 기업들만 자유롭게 활동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메타의 글로벌 책임자 조엘 카플란은 "유럽연합이 오히려 공정 경쟁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이 된 두 기업은 각각 지난해 937억 달러(약 127조 원), 624억 달러(약 84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기에 이번 벌금 자체가 재정적으로 큰 위협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60일 내로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체벌금이 부과될 것이며,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 결제 통로를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메타는 사용자 개인정보 결합에 앞서 동의를 받으라는 요구를 수용해 일부 시정 방안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규제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200여 개 매체가 메타를 상대로 온라인 광고 관련 불법 행위 혐의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별도로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에게 앱스토어 외 대안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번 제재를 통해 디지털 시장 규제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장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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