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간 통일 논쟁이 갑자기 뜨겁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적대 2국'이냐 '자유 북진 혹은 포기론'이냐는 논쟁이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통일 논쟁이 핫 이슈가 되었을까?
북한 김정은이 작년 연말 개최된 당 전원회의 '사업 총화 결론'에서 느닷없이 '강대강 전면 대결전' 노선의 정당성과 함께 최초로 ‘2개 국가론’을 언급했다.
그 배경이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2개 국가론’은 핵 사용의 정당성을 갖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야 간 격렬한 통일 논쟁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남남 갈등을 초래한 셈이다.
최근 모 경제신문 논설에서는 통일 문제에 대한 여야 정쟁 관련 통일을 마치 ‘신 포도’냐 ‘못 먹는 감’ 취급할 것이냐는 비유를 들었다.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고 지레 외면해 버리거나, 먹을 수 없는 감을 앞에 두고 '심술 부리듯 찔러나 보자'는 식이어선 번번이 북한에 휘둘리며 우리의 내상(內傷)만 깊게 입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때 북한을 다루는 방법은 마치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다뤄야 한다는 논리가 회자됐다. 변온 동물인 개구리가 갑자기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뛰쳐나와 설치게 되면 뜨거운 물이 튀어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서히 달구어 적당히 온도를 유지시켜주면 몽롱하게 지내다 그대로 잠들어 질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 관계에서 통일 문제는 실제로 먼 미래의 기약으로 넘겨둘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특히 젊은 층)의 사고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북한이 냄비 속 개구리처럼 뜨거워 뛰쳐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언제 닥칠지 모를 긴급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가 현실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당위와 현실 간 괴리 때문에 남북 어느 쪽이든 통일을 얘기하면 할수록 상대에 대한 적화통일 또는 흡수통일의 의심은 커지기 마련이다.
통일 문제는 외면하면 길을 잃고, 집착하면 멀어지기 쉽다.
그래서 주장하고 싶은 것이 '거리두기 법칙'이다.
"서로 그리워할 만큼의 거리, 서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서로 소유하지 않고 자유를 줄 수 있는 거리, 서로 불신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거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집착보다는, 때로는 제3자인 것처럼 한 걸음 물러나 관망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단, 때아닌 통일 논쟁에 매달릴 게 아니라, 꺼져가는 비핵화를 되살릴 방안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