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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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이 정복했던 면적은 무려 약 777만 ㎢에 달했다.

동아시아에서 헝가리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했던 제국이었다.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히틀러 등 세 사람의 정복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넓었던 제국 몽골이다.

이러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역사학자들은 칭기즈칸이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를 줄곧 견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칭기즈칸의 기적을 가능케 한 것은 부하의 '마음을 얻는 능력', 이른바 경청과 소통능력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칭기즈칸에게 마음을 바친 한 명의 충신, 야율초재와의 고사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칭기즈칸의 정치자문을 도맡았던 최고의 책사였던 야율초재는 천문, 지리, 산술, 유학은 물론 불교, 도교, 의학, 점술에 노래와 악기연주마저 잘했던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칭기즈칸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냉철한 충언에 대한 진지한 경청자세로 인해 세계정복의 거대한 순항을 같이 하게 되었다.

칭기즈칸 3년, 1218년 금(金)의 수도, 연경을 장악한 칭기즈칸은 서진 정책을 통한 세력확장을 도모하기 위해 천하의 인재를 구하고자 수소문하고 있던 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금나라 조정에서 벼슬을 지내던 25세의 청년, 야율초재를 추천했다. 

야율초재가 금나라에 의해 멸망한 요나라 황족후예임을 알고 있었던 칭기즈칸은 "요와 금은 대대로 원수였음을 잘 알고 있다.

그대가 나를 도와준다면 내가 그대의 원한을 깨끗이 씻어 주겠다."면서 "이미 금나라의 관직을 받고 그 녹을 먹은지 오래인데 어찌 원한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복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뜻밖의 대답'을 듣게 지만 야율초재의 대답은 칭기즈칸에게 더 큰 확신을 주었다. 

"내 부하가 되지 않겠는가?"라는 칭기즈칸의 요청에 대해 야율초재는 "내가 그 동안 공부를 한 것은 백성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어찌 약탈과 학살을 일삼는 당신의 부하가 되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서슬 퍼런 몽골군의 막사 안에서 감히 대칸에게 맞서는 스물다섯의 젊은 서생의 멘트는 너무 당돌함을 넘은 도전적인 발언이었다.

이에 칭기즈칸의 부하 장수들은 대노했으나 칭기즈칸은 야율초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야율초재의 조언에  왕족들만 처형하고 백성들은 학살하지 말라는 대칸의 명이 떨어졌다.

칭기즈칸의 간곡한 권유로 몽골군의 군사(軍師)가 된 야율초재 덕분에 항복하지 않은 성민(城民)을 모두 학살하는 옛 제도는 폐지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자신의 도전적인 진솔한 말에 귀를 기울여준 리더에게 야율초재 역시 자신의 온 마음을 바쳤다.

그야말로 듣는 능력은 성인(聖人)으로 도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왕이 되는 것보다 더 높은 성공의 경지에 올랐다"는 뜻으로 쓰는 한자가 '성'(聖)이다. 

음악(音樂)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악성(樂聖), 바둑 최고의 경지의 기성(棋聖), 시(詩)의 최고 경지의 시성( 詩聖), 인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부른다.

이렇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 경지 핵심에 있는 '성(聖)'자는 耳(귀이)와 口(입구) 그리고 王(임금왕) 자, 이 세 글자의 뜻을 함축한 글자이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성공적으로 올랐을 때만 붙여주는 '성(聖)'자를 쓰는 순서는 耳(귀) 자를 맨 먼저 쓰고, 그 다음에 口(입) 자를 쓰고, 마지막으로 王(왕) 자를 쓴다.

귀(耳)를 맨 먼저 쓰는 이유는 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듣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다 듣고 난 후에 입을 열어야 상대가 만족하기 때문에 입(口)을 나중에 쓰게 만든 것이고, 마지막에 왕(王) 자를  넣은 것은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한다는 것은 왕이 되는것 만큼 어렵다."는 뜻을 방증한다.

칭기즈칸이 참모들의 조언을 경청을 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대제국의 정복을 이루었던 요체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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