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15일 향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윤 명예교수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15일 향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윤 명예교수 모습. /대통령실 제공

대한민국 정치사에 '문고리 실세'와 '호가호위(狐假虎威)' 말이 단골 메뉴처럼 회자되어 왔다.

그만큼 권력을 한 몸에 갖는다는 것, 그것을 갖고 전횡한다는 것, 베풀지 않고 혼자 마음대로 즐긴다는 것, 이 무척 달콤한 모양이다. 

하지만 뒤끝은 항상 해피 엔딩이 아니라 썩는 냄새가 진동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부패의 ‘부’(腐)라는 글자를 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지방 관청을 의미하는 ‘부’(府)에 고기 ‘육’(肉)을 위아래로 합친 것이다. 권위의 상징이자 권력의 중심, 바로 거기서 고깃덩이가 썩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패는 단순 부당한 뇌물수수 차원이 아니라  공정과 객관성이 아주 결여된 행동과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소수가 다수를 독점 내지는 독식하려 할 때 벌어지거나 밀실에서 음침하게 전횡을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국가 최고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의 측근이나 가족들의 호가호위로 온 세상이 떠들썩해진 사건은 그간 비일비재 하였다.

호가호위는 합법적인 권력이나 정당한 지위 내지는 권리가 없는 자가 측근이나 가족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상황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문고리 실세’ 역할을 자임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래 만에 모처럼 우리에게 신선하면서도 경의를 표하게 만든 사안이 회자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호가호위의 정반대 되는 행동은 우리의 가슴을 너무 뭉클하게 만들었다.

다름 아닌 지난해 5월 10일, 4만여명이 운집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단상 아래 회색 정장을 입은 한 노신사 이야기이다. 지난 15일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감동 스토리다.

통상 대통령의 가족은 VIP로 분류돼 취임식 단상에 앉는 것이 관례였지만, 91세였던 윤 교수는 자진해서 단상 아래 일반 좌석을 택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취임 후인 작년 6월 고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로 초대되어  저녁 식사를 했다. 당시 고인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만 바라보고 직무를 잘 수행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특히 임종을 예견한 듯 지난 5월 ‘연세대 명예교수의 날’ 행사가 끝난 후 윤 교수는 평생 봉직했던 연세대학교 서승환 총장에게“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연세대 발전을 위해 귀하게 쓰라”며 기부금을 전달 했다는 소식이 별세 후 세간에 알려졌다. 

그래서 운구 차량은 의미 있게 윤 교수께서 재직했던 연세대 상경대학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장지로 향했다.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의 대부로서, 특히 현직 대통령의 부친이지만 소박하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이 무엇 인지를 아는 선각자였다.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법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었다. 가진 자와 배운 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겸손과 자기 절제가 무엇이며,  무엇이 중하고 고귀한 것 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분의 이런 품격 있는 인생관과  양식 있는 처세관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며 찬사의 대상으로 길이 남겨질 것이 분명하다.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얼마 전에 고(故) 윤기중 교수께서는 윤 대통령에게“잘 자라줘서 고맙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께서 꼭 마지막 유언의 의미 뒤에 새겨야 할 말은 생략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말(조언)이 아닐까 싶다. 퇴임 후에도 "잘 해 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국민들로부터 꼭 들어야 한다"는 것은 생략되었을 것이다. 현재도 미완의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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