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필자가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 이곳 미얀마의 시간은 새벽 2시를 조금 지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음력으로 시월 초 열흘날이어서 초저녁에는 반달보다 배가 약간 나온 달이 제법 밝게 섬마을을 비췄습니다.

그 달빛으로 하여 초저녁에는 하늘에 별들이 많지 않았었는데 이 시각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별들이 이국의 새벽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없는 골짜기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無虎洞中狸作王)"는 옛 말처럼 비록 반쪽이었지만 몸집이 수십 배나 큰 달이 사라지고 나니까 작은 별들이 나타나서 모두들 제가 잘났다고 뽐을 내니 하늘은 현란(絢爛:눈이 부시도록 찬란함)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밤 하늘도 아름답지만 작은 공장 하나, 움직이는 자동차 한 대도 없는 이 청정공화국  미얀마  섬마을의 밤 하늘에 비길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필자는 이런 낙원(樂園)의 바닷가에 터를 잡고 땅바닥에 드러누워 가끔씩 맑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노숙을 하고 있기에 황금손이 묵고 있는 곳을 스스로 내추럴호텔(Natural Hotel)이라고 작명했습니다.

이따금씩 저 하늘에 별이 몇 개씩이나 떠 있을까 하는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천진한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습니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고급 호텔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소재한 "버즈 알 아랍"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일하게 별이 일곱이나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머무는 숙소에는 외관상으로 별을 붙여놓지는 않았지만 누워서 수천 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천연 호텔"입니다.

인간들이 굳이 등급을 매긴다면 황금손의 호텔에는 최소한 별을 8개는 붙여야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별 8개 짜리... 말 그대로 <별천지> 내추럴 호텔에 머물면서 얻은 소득은 참으로 크고 많습니다.

물론 그 소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것이기에 판단은 자유로운 상상에 맡깁니다.

그 크고 많은 소득들을 다 열거하기는 쉽지 않지만 몇 가지만 적어 보겠습니다. 

황금손이 고도정담(孤島情談:외딴 섬나라에서 일어나는 정겨운 이야기들)을 써서 보내면 글을 읽고 보내주시는 답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건강에 유의하라"는 내용입니다.

병원이 없고, 먹는 것이 부실한 데다 열악한 숙소나 샤워시설, 열대의 모기 등 해충에 의한 전염병이 염려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이런 오지에 와서 살다보니 황금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는 커녕 오히려 긍정적 변화가 생겼습니다.

놀라운 일이 생긴 것입니다.

우선 건강이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한국에서 거주할 때에는 늘 잔 기침을 달고 살았습니다만 지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증상이 씻은 듯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몸무게도 꽤나 줄었습니다.
 
침침해져 가던 눈도 밝아진 느낌입니다.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늘 필자를 괴롭혔던 만성 변비 역시 새벽에 동 트면서 하늘에 떠 있던 별이 사라지듯 깨끗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필자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해 봅니다.
 
첫째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둘째는 술을 끊었습니다.

아니 끊은 것이 아니라 마실 수가 없어서 못 마시는 것입니다.

찬 맥주와 기름진 안주에 익숙해 있던 필자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뜨겁다시피 한 맥주를 자연히 기피하게 되더군요.

셋째는 몸에 해롭다는 육식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육점이나 갈빗집이 없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먹고싶어도 먹을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넷째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섯 째는 소식(小食:적게 먹음)에다 자연식으로만 끼니를 해결하고 있기 까닭입니다. 

밥은 하루 한 끼 정도 먹고 자연산 토란이나 산에서 채취한 바나나, 지천으로 깔린 죽순, 이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름모를 야채들, 그리고 해죽순 나물과 수액 등을 먹고 마십니다.

가끔씩은 갯벌에 나가서 참꼬막이나 백합조개를 잡아다가 삶아먹고 싱싱한 낙지와 게, 새우요리는 일상식(日常食)입니다. 

특히 해죽순 수액(樹液: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리는 액체를 받은 것, 한국의 고로쇠 물과 같은 종류임)은 맛도 좋지만 당도가 우리 전통 음료인 식혜 보다 더 높고 향이 좋아서 필자가 즐기는 기호식품인데 이 해죽순 수액도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행복은 역시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마음은 편하게 내려놓고 주변 자연을 벗삼아 주어진 일을 대하는데 있어서 정숙한 심경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유튜브 "배대열의 세상만사" 대표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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