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오후 4시쯤 전주역 앞 첫 마중길에는 한바탕 역전을 향한 달리기 경쟁의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고향을 다녀가는 귀성객들이 열차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꽉 막힌 마중길을 택시나 승용차 안에서 일제히 내려 역전을 향하여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다란 가방이나 보따리등의 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대부분 고향의 부모님들이 챙겨주신 음식이나 물건들이 아마 들어 있을 것입니다.
동 시간대의 열차 시간이다보니 모두가 마음이 급한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어느 젊은 청년이 택시 트렁크에서 먼저 큰 가방을 꺼내들고 양 옆 도로 한가운데 조성된 길로 "넵다"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연이어 다른 귀성객들도 1차선 차량에 멈추어 있던 귀성객은 가운데 조성된 길로 뛰기 시작하였고 3차선에서 내린 귀성객은 역전을 향하여 인도로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나이드신 노모는 딸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역전과의 300m나 되는 거리를 뛰어야 했지만 50m를 채 가지 못하고 거의 포기 하는 듯 허리를 펴들며 숨을 헐떡이고 계셨습니다.
필자가 보기에 차에서 내려 역전을 향하여 뛰는 사람만도 약 30여명은 족히 보였습니다.
과연 이중에 몇명이나 열차를 탔는지 사뭇 궁금 해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는 아닐 것 입니다. 계속하여 반복이되고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주시 민선 6~7기 김승수 시장은 "걷고싶은 길" 가고싶은 거리 "를 표방하며 전주가 자랑(?)하는 느림의 미학 첫 마중길 850m 구간에 기존 차선을 줄이고 가로숲 길등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전주의 첫 관문인 전주역 앞 광장을 옛날 귀한 손님이 오는 날에 동네 어귀에 마중나가 전통을 살린다는 취지로 전통의도시 전주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성한 길이라 합니다.
2015년 착공하여 2017년에 준공하였습니다.
첫 마중길은 자발적인 식수 운동을 통해 시민 710명이 1억6천7백만원을 모아 이팝나무 100그루와 느티나무 230 그루를 심어 명품 숲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가운데 중앙에는 수령이 수 백년이나된 팽나무 2그루가 고향마을을 지키는 듯 당산나무처럼 우뚝 서있고 헌수자의 소망이 담긴 작은 표지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첫 마중길은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우선"한다는 거리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합니다.
자동차로 삭막했던 전주역 앞 백제대로의 차선을 줄이고 직선도로를 'S'자형 곡선으로 변경하여 차량속도를 40km이하로 낮추었습니다.
김승수 전 전주시장은 " 첫 마중길은 관광객을 위해 화창한 길이 아닌 전주의 원래 얼굴을 회복하는 길이라며",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길과 광장 사람과 자연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을 표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갔습니다.
열차시간에 쫓기는 관광객들은 택시 기사에게 빨리 가줄 것을 종용하였지만 단속 카메라의 속도 제한 조치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택시기사들의 스트레스만 쌓여 갈 뿐입니다.
"열차를 타느냐 못 타느냐" 하는 상황과 상반되는 문화공간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열차를 놓친 사람만도 수백명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식재한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사된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고 전주시의 아까운 예산을 이곳 마중길에 각종 크고작은 행사 비용으로 쏟아 부었지만 정작 시민은 없고 행사 관계자들만 있다보니 이는 예산 낭비로 이어졌습니다.
수 없이 화단을 부수고 다시 만들고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가 다시 뽑아내고 또다른 나무를 식재하다보니 그곳 첫 마중길은 1년 365일 공사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불편지역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주시민 누구를 잡고 물어보아도 전주역 앞 마중길은 전 전주시장의 정책실패였음이 자명해졌습니다.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숲길 조성을 위한 시민들의 문화공간 휴식처를 왜 굳이 전주역 앞을 선택했는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탁상행정의 잘못된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시민들이 즐겨찾는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 부지 곳곳을 문화공간과 시민의 숲으로 조성한다면 참 좋았을거라 생각 해 보았습니다.
이렇듯 시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예산 낭비를 밥 멉듯이 하고 있는 탁상행정은 사라져야 합니다.
시민의 편의와 예산 투입의 적절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보다 사려깊은 정책결정이 필요하다는 좋은 교훈을 주고 있는 사례입니다.
이형권 칼럼니스트 leehy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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