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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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채움과 비움, 반추(反芻)와 탐색(探索)의 연속이다. 해마다 끝없는 변화와 풍파를 통해 성숙해 간다. 동물적인섭취 와 배설, 인간적인 후회와 반성을 통해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는 인간 세상에 묘한 인연법과 자연의 법칙을 알려주고 있다.

묶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세밑(歲暮)이다. 새해 초에는 항상 일본어로 긍정을 표하는 ‘요시!’라고 시작했는데‘역시’로 끝을 맺기 마련이다. 그래도 시작과 끝이 없고 정리와 계획을 하지 않는다면 멈춤 그자체로 미래가 없기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항상 아쉽기만 하다. 만일 그렇다면 세월도 멈출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자성어 ‘유수불부(流水不腐)’라는 그 의미대로 세월도 썩지 않고 물처럼 흘러가기에 세월은 나이에 관계없이 항상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 사자성어 “거자불추(去者不追) 내자불거(來者不拒)” 심정이다. 불교 인연법에서는' 열애'를 갖지 말라고 한다.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실망을 주고 고통을 가져다주기에 열애를 끊는 것 즉 집착에서 떠나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깨끗한 정리(감사)와 함께 신선한 희망(계획)을 우리에게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인 신부의 ‘새해의 기도’라는 시에서 묶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부딪쳤던 실상과 실제 환경이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기 때문이다.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보내는 마음은 섭섭하기보다 시원한 마음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 혹독한 계절이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기업들에게는 수요부진·원가상승·자금난이, 서민들에게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三重苦)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는 해보다 다가오는 해는 시련의 한해가  될 전망이다.

다가오는 새해 계묘년 (癸卯年)은 검정 토끼의 해다. 토끼는 지혜로운 동물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꾀 많은 토끼는 숨을 수 있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 지혜롭게 다양하게 준비해 어려움을 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어려운시기일수록 교토삼굴(狡兎三窟)의 대응자세와 “탈토지세(脫兎之勢)”의 출구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함정)를빠져나가 달아나는 토끼의 기세처럼 생존위기가 닥쳤을 때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이른바 바람을 보고 배의 키를 돌려야 한다는 뜻의 ‘견풍전타(見風轉舵)’ 전략이다. 유능한 선장은 배를 운항하는 원리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돌변하는 위기상황에 잘 대처해 언제나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이다. 가장(家長)으로서, 기업의 경영자로서, 정치 및 국가 지도자로서 새겨야 할 수칙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경제적 한파와 기후적 동장군이 몰아닥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도 신속성, 즉응성, 변통성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해야 살아남는 상황이다. 그간 면역력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증강되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견뎌낸 불굴의 정신으로 다 같이 힘을 모으면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치열한 국제적 생존경쟁의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경기는 얼어붙고, 인심은 냉랭해져 가는 우울한 분위기다. 신바람을 다시 살려야 한다. ‘남 탓’하기 전에 ‘내 탓’은 아닌지? ‘2022 과이불개(過而不改)'에서 '개과불린(改過不吝) 2023'으로 ’대전환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항변과 고집 대신 포용과 이해, 뻔뻔함 대신 부끄러움을 아는 선한 양심이 사회전반에 울려 퍼져야 한다.

잊어 버려야 할 과거는  깨끗이 정리하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새롭게 구상하는 세밑이다. 굳은 결의와 구체적인 소망만이 다가오는 아름다운 미래를 결정한다.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에게 축복받는2023년을 위해!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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