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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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2년여 동안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에 이어 고환율·고금리·고물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기에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금년도 추석에는 최근 100년 동안 나타난 한가위 보름달 중 가장 둥근형태의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올해는 한가위(추석) 의미가 특별해지는 세기의 슈퍼 보름달을 보았다. 보는 이에 따라서 약간의 감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가위의 보름달은 우리 모두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주었고 결핍과 궁핍,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풍요와 번영, 그리고 희망을 남겨주었다.  

달은 삭망주기(朔望週期)를 통해 인간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란 패자도 없다. 국가 또는 집안 등이 흥하고 망하고, 융성하고 쇠퇴함을 계속 순환하고 반복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자 자연의 법칙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기에 보는 이의 심정에 따라 달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같이해 왔다. 이와 관련 중국 동주열국지는 “월만즉휴(月滿則虧), 수만즉일(水滿則溢)“이라고 설파했다. ”달이 차면 기울고, 물이 차면 넘친다“라는 뜻이다.

이 삭망주기 측면에서 보름달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무한한 인생살이에서 너무 아귀다툼 말고 공존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름달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천적 산물이다. 자리(自利)라는 자신의 수행을 통해 보름달로 환하게 변신하면서 이타(利他)라는 정신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환하게 비쳐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目不見睫(목불견첩)’의 미덕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눈은 눈썹을 볼 수 없다. 마치 달이 휘영청 밝아도 그 보름달은 자기가 밝은지 모를 것이다. 환한 밝은 빛을 발하는 입장에서 본인은 정작 빛의 중요성을 알지만 자기를 환하게 비추지는 않는다.

나눔과 베품은 남을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너그러움과 자기희생이 있기에 남을 환하게 비출 수 있다는 상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바다가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 들이 듯이 보름달은 온 세상을 가리지 않고 비춘다. 

한가위 보름달은 가을의 풍성함을 즐기는 대상이다. 하지만 매사에 감사하는 여유로운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자비심을 지키려는 밝은 달의 의미를 같이 느껴야 한다. 보름달이 우리 운명공동체에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서로가 밝아지고, 한가위의 넉넉함이 우리 모두에게 나눠지게 노력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인 수녀님의 백일홍 편지와 달빛기도 시는 한가위를 지나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찡하는 울림을 준다.

모든 것에 온전히 달관한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경험하는 모든 일들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는 담담함,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함부로 차별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 그리고 모든 안팎의 욕심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순수함과 평온함을 말이다.

<백일홍편지> 시집에서 이해인 수녀님은 이렇게 무한한 인생살이라는 관점에서 삶의  철학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  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 지지 않을까?“...(중략)

<달빛기도> 시에서 이해인 수녀는 삶의 방향도 한가위 둥근달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영위하라고 우리에게 이렇게 제시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중략)

 행복은 소유의 넉넉함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공존(co-existence)과 공생(symbiosis)의 기초다.  서로를 인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는 상생으로 이어져 우리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결국 외부의 험난한 역경에도 뭉치면 단단해지고 둥글어져서 사회는 매끄럽게 잘 굴러갈 것이고, 결국 서로 윈-윈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 2장을 보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구절이 나온다. 노자사상은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생성된다고 했다. 이른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하심(下心)함으로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노자는 강조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하는 우리의 추석 명절 속담이 있다. 항상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산다면 우리의 욕심도 어두움도 모두 걷어낼 수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모두 다같이 경건히 기도하여 보자. 슈퍼 보름달의 상스러운 기운을 받아 매사에 감사함과 넉넉한 마음을 유지하여 달라고. 

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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