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 중 축구는 가장 몸싸움이 치열한 경기이다. 동시에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만큼 관중석도 많다. 이에 응원 열기 또한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축구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에서도 국내 축구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LFP)의 세비야FC 경기로 무더운 여름철 밤의 축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두 팀 모두 100년을 훨씬 넘긴 유럽 명문구단으로 축구 경기의 진수를 모처럼 국내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었던 내한 경기이었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라는 기대감으로 예매가 시작 된지 20여 분만에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었다.

실제로 오는 2022-2023시즌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양팀 간의 경기 수준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마치 '한여름 축구 축제'같았던 지난 13일 팀 K리그와의 경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0, 토트넘)과 해리 케인(29, 토트넘) '월클 듀오'의 활약을 앞세웠지만 유로파리그에서 무려 6차례나 우승 경험이 있는 세비야 FC는 강력한 팀워크로 맞서면서 결국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에서 열린 프리시즌 경기였지만 양팀 모두 리그 개막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승부에는 진심과 열심이 녹아 있었다. 우정의 친선전이 아닌 '피튀기는 실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결국 양팀의 '피튀기는' 분위기는 전반 종료 직전 현실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의 손흥민 선수였다. 손흥민이 하프 라인 밑에서부터 드리블을 하며 질주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으로 세비야 수비수 곤살로 몬티엘은 입에서 출혈이 발생하여 지혈조치까지 해야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몬티엘은 전반 종료 후에도 손흥민에게 거칠게 항의를 이어갔다. 둘은 뒤엉켰고, 이 모습을 본 양 팀 선수와 벤치는 순식간에 그라운드로 몰려 들어가 험악한 대치 분위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세비야로 이적한 에릭 라멜라 선수가 중재에 나서며 결국 물리적 충돌 일보직전에서 상황이 정리됐다.

공교롭게도 라멜라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토트넘 소속이었다. 손흥민과 라멜라는 한 해 최고의 골에 주어지는 푸스카스상 수상자였지만 동일한 포지션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결국 라멜라는 손흥민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부득불 세비야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날 라멜라가 보여준 매너는 너무 아름다웠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아름다운 승복과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서 존중과 배려의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대목이다. 정정당당하게 자웅을 겨루되 선의의 경쟁 결과를 존중하는 정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광경이었다.

 

공정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쌓기 위해 땀 흘리는 과정은 아름답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에서 졌을지라도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는 모습은 더 아름답다. 라멜라 선수는 우리에게 세비야가 보여준 경기력 이상의 중요한 정신을 우리 국내 축구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축구는 가장 강력한 몸싸움과 태클을 요구하는 경기이다. 현대 축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강인한 체력과 전술을 바탕으로 압박과 탈 압박이 쉼 없이 오간다. 생존경쟁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서로를 다치게 하는 도를 넘는 태클과 비열한 고의적인 반칙,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매너는 팬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게 된다. 결국 선수의 명성에도 치명적인 이미지를 가져다주게 되지만 결국 구단 명예에도 부정적 이미지를 안겨준다.

이에 선수의 브랜드 가치에는 단순한 개인의 경기력과 더불어 팀 내 기여도와 경기 매너 역시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페어플레이(Fair Play)’와 ‘스포츠맨십’은 선수의 명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울러 치열한 경쟁에서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찾지 않고 환경 탓, 남 탓만 한다면 발전이 없다. 성공을 한 선수는 포지션 경쟁을 상대를 이기는 것 보다 자기함양에 더 큰 발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원인을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했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동료와의 포지션 경쟁에서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이상기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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