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12 서울시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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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방문길 자투리 시간에 인근에 있는 서울로를 찾았다가 절정의 모습으로 방긋 웃는 오이꽃을 닮은 노랑 어리연을 만났다.

행운이다. ‘어리연’의 '어리'는 '어리어리'에서 유래한 비슷하다는 의미와 어리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연꽃, 수련, 마름가래 등과 같이 사는 수생식물이고, 예쁜 작은 꽃이 피니 둘 다 맞는 듯하다.

‘어리연’중 노란색으로 피어나 ‘노랑 어리연’이다. 꽃부리가 5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비단 수실처럼 너울거리는 느낌을 주는 꽃잎 끝의 가는 무늬가 깜찍하다. 영명으로 Water-fringe, Yellow Floating Heart로 불리고 우리말로 노랑 어리연, 노랑이, 수규, 연엽행채, 행채, 황연화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동북아와 유럽에 분포하며, 조름나물과 어리연속 여러해살이풀이다.

21.8.12 서울시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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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의 어리연꽃과 노랑 어리연꽃은 색만 다른 한 가지 꽃처럼 보이나 꽃의 모양과 생장 방식이 서로 다르다.

어리연꽃은 물 위에 뜬 잎에서 뿌리를 내려 잎과 함께 이리저리 떠다니다 어느 곳에 머무르면 또 다른 개체로 성장한다. 반면, 노랑 어리연꽃은 일반적인 꽃처럼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개체 수를 늘리는 방식이고 잎이 무성하여 물 위에 떠 있는 어리연과 달리 물 위까지 자란다.

어리연꽃의 학명은 Nymphoides indica, 노랑 어리연꽃은(Nymphoides peltata(J.G.Gmelin) Kuntze) 종명은 서로 다르나, 속명은 둘 다 물의 요정‘ Nymph’에서 유래했다. 정말 물의 요정처럼 앙증맞은 귀여운 꽃을 가지고 있다. 꽃말은 수면의 요정, 청순, 순결로 꽃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어리연꽃은 아쉽게도 하루밖에 피지 못한다. 아침부터 낮까지 피었다가 오후에 꽃대가 물속에 잠기고 저녁이 되면 시들어 버린다. 다음 날에는 다른 봉오리가 꽃잎을 연다. ‘노랑 어리연’ 꽃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21.8.12 서울시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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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어리연은 보기 좋은 것에 더하여 오염된 물의 수질을 정화시키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물속에 가두는 환경친화적 수생식물이기도 하다.

흰 꽃이 잎자루 위에 뭉쳐나면서 달걀 모양의 열매를 맺는 강원도 지방의 '좀 어리연', 1cm 남짓의 하얗고 아주 작은 꽃이 피는 제주 지방의 '애기 아리연'도 있다.

시경(詩經)에 행채(荇菜)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고, 식초에 담가 안주를 했다는 것과 물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내용이 있는 식용 꽃이다. 잎, 줄기, 뿌리를 약제로 쓰며 간과 방광에 이롭고 해열, 이뇨, 해독효능 및 열과 한기를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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