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싯적에 달콤한 꿀맛을 맛보려 빨간 꽃의 꼬투리를 빨던 기억이 선명했던, 깨꽃이라 불리던 꽃이 있었다. 샐비어다.
전주의 천주교 성지인 치명자산 입구에서 빨간색의 꽃이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Salvia, 깨꽃 외에도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Scarlet sage, Sage 불꽃, 붉은살비아, 사루비아, 서미초 홍교두초 등 빨간색과 깨 꽃 모습을 연상하는 이름들이다.
샐비어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하면서 알려진 꽃 중 하나로 해바라기, 코스모스, 채송화보다 좀 늦게 알려진 꽃이다.
꿀풀과 배암차즈기속 한해살이풀로 브라질 원산이다. 꿀풀과의 속성으로 꿀이 많다. 속명 ‘salvia’는 라틴어로 ‘구하다’,‘치료하다’ 뜻의 ’salvus’에서, 종명인 splendens는 '강한 윤채가 있는', '훌륭한'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학명이 약효가 좋은 허브 식물임을 나타낸다. 그래서인지 유럽에는 예로부터.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5월에 세이지를 먹어라’는 속담과 ‘정원에 샐비어를 심어 놓은 자가 어찌 죽을 수가 있겠는가’ 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한다.

샐비어차는 진정작용을 가진 건강음료로 홍차가 전해지기 전부터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 각국에서 널리 마시는 음료였다. 그뿐만 아니라 잎을 말려 가정상비약으로 삼거나, 돼지고기와 잘 조화가 되는 까닭에 소시지나 치즈의 향료로 썼다. 프랑스에서는 출산을 앞둔 부인들이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샐비어 잎을 담근 와인을 애용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농민들이 건강을 위하여 버터를 바른 빵에 샐비어를 곁들여 먹는다.
꽃말은 불타는 마음, 정열, 가족애다. 불타는 듯한 빨간꽃색에 걸맞아 보인다. 유럽에 샐비어 잎을 따서 이를 닦는 관습이 있다. 죠반니 보카치오의 작품 ‘데카메론’에 나오는 젊은 남녀가 샐비어의 잎으로 독사한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듯하다.
한 쌍의 연인이 샐비어 꽃이 핀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때 청년이 샐비어 잎을 따 “샐비어 잎으로 이빨을 닦으면 깨끗해집니다”라고 말하며 이빨에 문질렀다. 그런데 청년이 갑자기 정신을 잃으며 죽었다.
놀란 사람들이 그녀가 독살한 것으로 의심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샐비어 잎을 따 이빨을 문지르자 청년처럼 바로 죽었다. 이상히 여긴 사람들이 샐비어를 뽑아보았다. 놀랍게도 그 뿌리에 독을 뿜는 두꺼비가 붙어 있었다. 두꺼비가 내뿜은 독에 연인이 죽은 것이었다.

샐비어꽃은 꽃받침이 종 모양으로 윗입술 끝은 뾰족하고, 아랫입술 끝은 둘로 갈라져 능선이 있다. 꽃 머리는 통 부분이 길고,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짧으며 3갈래로 갈라진다. 외형이 깨꽃과 비슷하고 아름답다. 꽃 대롱에 꿀이 있는 밀원식물이다. 꽃이 필 때 강한 햇빛을 좋아한다.
키는 60~90cm 정도이며, 원줄기는 네모지며 곧게 서고 가지를 친다. 잎은 끝이 뾰족하며 마주나고 긴 달걀 모양이다. 밑부분이 넓고 뭉툭하며 길이는 5∼9cm이다. 잎 가장자리에 낮은 톱니가 있고, 흰 털이 나며 잎자루는 길다. 샐러드로 식용이 가능하다. 열매는 7월부터 익으며, 둥근 모양으로 꽃받침 속에 들어 있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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