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피는 꽃'으로 주저 없이 꼽혀 왔던 코스모스. 사실은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물론 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0월 무렵이다.
1700년경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식물원장 '카마니레스'가 이름을 붙인 '코스모스'는 그리스어 'kosm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주'를 뜻하는 것과 '장식하다'라는 뜻의 두 가지가 있다.
수많은 작은 씨앗을 바람에 날려 보내 다음 해에 주변을 온통 코스모스로 뒤덮는 번식력을 보면,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식물'이라는 코스모스는 이름의 유래가 실감 난다. ‘살살이 꽃’이라는 정다운 우리말 이름도 있다.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열대 지역인 멕시코 고원 지대를 원산으로 삼는 국화과 코스모스속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는 1920년경으로 유럽을 거쳐서 전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원산지의 날씨처럼 낮에 따가운 햇살을 받고 밤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여름이라도 꽃을 피운다. 탁 트이고 바람이 센 철길, 뚝방, 군부대 주변이나 들판을 지나다 보면 한여름에도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군락이 눈에 띄는 이유다.
꽃말은 '의리' '사랑'이다. 꽃말에 걸 맞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코스와 모스가 살았다. 둘은 지극히 서로를 사랑하면서 결혼을 언약했다. 그러다 코스가 공부를 위해 먼 나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코스는 모스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그곳의 가문과 신분이 좋은 여자와 결혼을 했다. 코스의 결혼 사실을 모르는 모스는 고향에서 마냥 코스를 기다렸다. 멀리 바라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껑충하게 목이 기다란 꽃나무가 되었다. 안타까이 여긴 동리 사람들이 그 꽃을 '코스모스'라 불렀다.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하기 위해 꽃을 만들기로 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처음으로 만든 꽃이 코스모스라는 전설도 있다.
우리에게 한 송이로 보이는 코스모스꽃은 사실은 20송이 남짓의 작은 꽃의 줄기잎이 변형된 총포(總苞)에 덮여 있는 것이다. 울긋불긋한 잎에 싸여 있는 작은 대롱이 다 하나하나의 꽃이고, 우리가 꽃잎이라고 여기는 것도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코스모스 줄기의 잎이다. 코스모스를 비롯한 국화류의 꽃 중에서는 이렇게 줄기의 잎이 마치 꽃잎처럼 변형되어 여러 개의 꽃을 밑동부터 감싸서 보호하는데, 이런 잎들을 총포(總苞)라고 한다.
하지 이후 낮이 짧아질 때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인 코스모스는 가을이 되면 일교차를 감지하며 꽃눈을 만드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일교차가 가장 큰 10월에 가장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뒤 서둘러 씨앗을 맺고 곧바로 이듬해 늦봄까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든다. 낮이 길어지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은 새벽에 일어나 저물녘 둥지에 드는 제비와 같고, 코스모스 같은 단일식물은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올빼미와 같다고 표현한다.

꽃 색깔은 하양, 연분홍, 빨강 등 원색적으로 다양하고 화려하다. 가을날 오후 파란 하늘을 등지고 하늘거리는 화려한 코스모스는 우리 혼을 뺏는 명장면을 연출한다.
키는 1~2m 정도이며, 털이 없고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기 하고 2줄기로 갈라지며, 잎 모양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다.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열매의 씨앗 끝이 흡사 새 부리처럼 길다.
코스모스는 식용할 수 있어 꽃차로 마시게 되면 붓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으며,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이나 갱년기 여성들에게 좋다. 깨끗이 씻어서 화전에 올려서도 먹는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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