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추가 확산 대비해 생산기지 분산 움직임도 나타나

사진=후루카와 전기공업(Furukawa Electric)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후루카와 전기공업(Furukawa Electric)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동남아시아 공급망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1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후루카와 전기공업(Furukawa Electric)은 이달 내에 완전가동 태세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고,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협력 공장 200여 곳도 생산을 재개했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추가 확산에 대비해 생산 기지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공급망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바야시 게이이치(Kobayashi Keiichi) 후루카와 전기공업 대표는 “공장이 고객 요구에 반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라고 밝혔다. 후루카와 전기공업은 직원 약 8천 명이 근무하는 호찌민 공장을 포함해 베트남 남부에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후루카와 베트남 공장은 정부가 내놓은 노동 제한 등 영향으로 한때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10월 이후 공장 가동률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하면 이달 안에 이전 수준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뚜렷했다.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기지가 베트남에 집중되어 있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지는 말레이시아에 집중되어 두 제품 모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 등 일본 8개 자동차 제조사가 9월 일본 국내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 기준 일본 와이어링 하니스 수입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야자키(Yazaki Corporation)과 스미토모 전기공업(Sumitomo Electric) 공장이 생산을 재개하고 있어 앞으로 각 자동차 업체가 생산을 만회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서 7월 이후 남부지역 공장 가동 제한이 강화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직원이 공장 등에 거주하는 ‘공장 격리’가 가동 조건이 되고 상시 근로자 규모가 평소의 30~50%에 머물면서 공장들이 잇따라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량을 줄였다.

8월 말 기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만 7천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7500명으로 절정기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베트남 정부의 방역 규제가 완화하면서 약 200여 개에 달하는 나이키 현지 협력 공장이 생산을 재개했다. 또 삼성전자와 인텔이 입주한 호찌민 공단 관계자는 “11월 두 기업 공장이 완전가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인 9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말레이시아에서도 생산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전문 업체 중국 유니셈(Unisem) 관계자는 “이포(Ipoh)에 있는 주력 공장은 정상화했지만, 일손이 부족해 가동률이 80%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유니셈 공장 직원 99%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전 직원이 매일 코로나19 예방에 중점을 두고 검사를 받는다. 유니셈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와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6월 전국을 봉쇄했다. 유니셈 이포 공장도 9월 8일부터 13일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유니셈과 스위스 반도체 업체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공장 가동 중단이 반도체 부족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면서 대형 자동차 기업들이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장 마크 쉐리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재무 보고서 발표회에서 “조호르주 무아르(Muar)에 있는 공장이 부분 폐쇄와 완전 폐쇄를 거쳐 9월 말까지 100% 가동을 재개했다”고 표시했다.

코로나19 추가 확산에 대비해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8월 하순 회원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20% 기업이 생산 기지 일부를 베트남 밖으로 이전했다.

대부분 임시적인 조치로 여겨지지만,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체감한 사실은 공장 내 거주 등 베트남 정부의 노동 제한이 예상보다 엄격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추가 확산할 경우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없어 주변 국가로 생산 기지를 분산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기업의 운동화를 제조하는 대만 파우첸(Pou Chen Corporation)은 지난 7월 중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가 현재 가동률은 70% 이상으로 회복했다. 베트남은 파우첸의 주력 생산 기지이지만, 파우첸 고위 임원은 최근 대만 매체에 다음 투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트남 남부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일본계 기계부품업체 임원은 “생산기지 이전과 증설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공급망 유지가 먼저”라면서 “전염병은 방역 대책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부각했다”고 언급했다.

김성호 기자 kimsh@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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