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빡빡한 일정 빌미로 자격심사위원회 개최 불투명
탈레반 정부와 서방세계 갈등의 단초 될 전망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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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무장세력 탈레반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달라"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두 차례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탈레반이 여성차별 등 억압정책을 계속하는 있어 서방 세계 주요국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과 독일은 13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유엔 연설 요청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새 통치자들의 '정치적인 쇼'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아랍뉴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은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을 새 유엔주재 아프간 대사로 임명했다. 이와 관련 탈레반 정부는 올해 유엔 총회 마지막 날인 27일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서 임명됐던 굴람 이삭자이 대사의 총회 연설 대신 자신들이 뽑은 대사가 총회 연설을 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한 셈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새로 임명한 샤힌이 신임 대사로 공식 인정 받으려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총 9개국이 참여하는 자격심사위원회의 공식 승인이 필수적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특히 여성의 권리와 포용적 정부, 테러 단체와의 거리를 포함하는 구체적인 실천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마스 장관은 탈레반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유엔 총회는 그런 데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고위 관리도 미국을 포함한 자격심사위원회가 "월요일(27일) 총회가 끝나기 전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며, 심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엔 총회 일정이 빡빡한 데다 미국과 독일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아직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27일 이전까지 위원회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가니 정권의 붕괴 후에도 이삭자이 대사는 "유엔은 탈레반이 민주 정부를 구성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사로서의 활동을 계속해왔다.  

탈레반이 잠시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한 1996-2001년 당시에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세 나라만이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였다. 향후 유엔주재 아프가니스탄 전임 대사와 탈레반 정권 후 임명한 후임 대사 문제는 탈레반 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와 맞물려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사안이 될 전망이다.  

김선호 기자 kimsh@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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