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대형 댐 건설...긍정과 부정의 혼재

상류 댐 건설로 드러난 메콩강 사주(모래톱)/사진=뉴시스 제공
상류 댐 건설로 드러난 메콩강 사주(모래톱)/사진=뉴시스 제공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명을 발달시킨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들은 큰 강을 끼고 있다.

이른바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등 4개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기름진 토지와 풍부한 물(水)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초의 문명이라 일컫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 불리는 두 강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 인더스 문명도, 황하 문명도 문명이 발흥한 강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이다.

세계의 모든 강은 인류에게 있어서 과거 문화의 중심지이자 삶의 터전 그 자체였다. 상업의 교류 장이자, 상류의 문화와 자원이 하류로 이어지고 하류의 문화가 상류로 전달되는 공존·공생의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적으로 흐르는 강을 인공적인 댐이 막음으로 환경 피해와 함께 관련 상대국의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면서 적대적 감정을 유발하고 있다.

자기(自己)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 다거나, 자기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사고가 갈등의 도화선이 되어 버렸다. 거대한 같은 물줄기를 놓고 서로 동상이몽을 하는 격이다. 주변국 간에 지구촌 곳곳에서 ‘물 다툼’이 벌어지고 이는 더 나아가 물리적 충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근원적인 ‘물 부족’ 현상과 함께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폭발로 에너지 자원 확보 차원의 ‘물 다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후·환경의 변화로 ‘물난리’가 병존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는 물(水)로 야기된 ‘3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몇 개 국가를 가로지르는 큰 강을 중심으로 여러 주변국이 모여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은 물 전쟁의 ‘격전지’로 변해버렸다. 과거에는 문명의 발상지로 여겨지던 곳이 물 전쟁의 중심국가로 변해 버렸다. 하천의 흐름으로 얽혀진 지리적인 관계가 이제는 국제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된 하천은 히말라야를 가로지르며 남쪽으로 흘러 인도 및 방글라데시로 거치면서 갠지스강에 합류해 거대한 삼각주를 이룬다. 이렇게 2900㎞를 흐르며 여러 국가를 관통하는 만큼 수력 발전용 댐 건설로 인한 물 분쟁도 국경 문제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첨예한 국제·종교 갈등 관계에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도 카슈미르에서 물은 또 다른 분쟁 거리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를 거쳐 들어오는 인더스강 지류에 의존하는 파키스탄은 인도가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파키스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남부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원해 윈난(雲南)성을 지나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지나는 메콩강 물 분쟁도 심각하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 일환으로 건설한 메콩강의 세산 2댐을 위시해서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경제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며 경쟁적으로 메콩강에 댐을 건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태국은 하류 유역의 가뭄과 환경 파괴로 쌀 생산과 메콩강 유역의 민물고기 어획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가 얽혀 있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물 분쟁 지역이다. 터키, 시리아, 이란이 건설한 댐과 관개수로는 하류에 위치한 이라크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던 이 지역은 지금은 물 고갈과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물 다툼으로 인해 1975년 이라크는 시리아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나일강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집트는 영국 식민지 시대 체결한 ‘유량 배분 협정’에 따라 나일강 수자원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류의 댐 건설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가 나일강 상류에 건설한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자 이집트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른바 ‘나일강 물 전쟁’은 양국 간 ‘생존의 문제’로 부상되면서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970년대 당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댐 불가론’과 ‘물 전쟁 불사론’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국제 하천의 경우 물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이는 ‘물 부족’ 현상과 함께 강 상류 지역의 국가와 강 하류 지역의 국가 간의 ‘물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 약 97.5%는 바닷물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약 2.5%의 민물이다. 그러나 지표 가까이에 흐르는 물, 즉 호수나 강의 형태로 존재하는 물은 민물의 약 0.27%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추세, 수자원의 효율적인 관리 부족,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역시 물이 부족해진 원인이다. 이렇듯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 부족 현상은 대형 댐 건설의 불가피성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에너지자원 확보만을 위한 아전인수 격의 댐 건설은 물 분쟁과 자연 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 국제 하천을 둘러싼 댐 건설로 강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생활하는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도 막혀 버린다.

댐 건설 후 운용·관리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자연히 인접 국가 간 소통과 공유체계가 구축이 긴요하다. 댐 운용의 원칙은 우기에 물을 저장하고 건기에 방류해야 한다. 하지만 아전인수 격으로만 해석하면 우기에 방류하고 건기에 저장해야 효과가 있다. 이는 주변국과의 상호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분명 대형 댐 건설은 인접 국가 간 ‘상호 협력의 플랫폼’이자 주변국과의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물 부족’ 현상과 ‘물난리’로 인한 댐 건설과 평소 ‘댐 관리’는 외교 관계 측면에서 중요한 ‘레버리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접 국가와 댐의 운용 관련 상호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점이 냉엄한 국제 외교의 현실이다. 물은 우리에게 위협이자 자원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자기 생존 전략과 상호공존(相互共存)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상기 논설위원(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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