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5월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뉴시스 제공

남양유업의 매각이 성사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매각은 불발될 것이고 한앤컴퍼니는 지리한 소송전 끝에 일부 보상을 받고 끝날 것이다. 홍원식 회장은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소나기 비난을 피하고 시간을 자기 쪽으로 끌고 왔다. 하긴 처음부터 불공정(?)계약이었다.

주당순자산가치(BPS)도 높고, 자산재평가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이익잉여금을 8,600억 원 이상 쌓아놓은 기업을 사회적 물의를 통해 달랑 3,100억여 원에 인수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홍원식 회장의 플레이도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당장의 비난을 피하려고 섣부른 결정을 누구의 조언도 없이 시행하여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칼끝을 벗어나고자 했다. 일단 홍 회장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건 불공정 계약이라는 법률적 공방과 여론전일 것이다.

처음부터 시장에서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계약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총계가 8,300억인 회사를 3,100억에 매각하였다는 뉴스(5/27일)가 시장을 달궜다. 3,100억대이던 시가총액이 6월 말 7월 초에는 5,800억대까지 치솟았다. 현재(8/20일) 시총은 3,900억대이다 이는 시장 혼란이고 이 부분이 홍 회장이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남양유업의 시총이 일반적인 평가 비율 대비 낮은 것은 이 회사가 적극적인 밸류 마케팅을 안 한 것도 있고 상당 기간 여러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보통 M&A 시장에서의 매각가격은 자본총계와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남양유업 같은 우량기업의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대체로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고

현재 본사 건물(도산공원 사거리)만 해도 2,000억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얘기하자면 자산재평가 한 번만 해도 자산가치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오너기업들은 세금문제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재평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남양유업 또한 그 범주에 있는 회사이다.

시가총액이라는 부분도 달리 보면 주식 유통시장에서 회사 IR의 적극성과 연관되어 형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측면에서 깨끗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간의 잘못된 회사 행보를 시정할 기회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였고 불명예를 누적시켜온 결과가 반영된 가치일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이번 매각을 이야기해 보자면 내 생각에는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의 질타가 아무리 크다 한들 오래된 오너기업을 강제로 매각하게 할 수는 없다. 남양유업이 쌓아온 나름의 레거시를 고려하면 회사 내부의 구성원들도 전혀 알 수 없는 사모펀드에 지배당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양 속담에도 있듯이 "아는 악마가 낫다"는 논리가 여기에 맞을지 모른다. 어쩌면 노조도 홍 회장 우군으로 힘을 보태고 있을 것으로 사료되는 이유이다. 홍 회장이 LKB&PARTNERS라는 로펌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기 전 여러 대형 로펌과의 상담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반격 논리를 축적하고 현재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LKB를 선택한 것을 보면 M&A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여진다. 현 집권층과의 교류가 두터운 로펌을 선택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파장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더불어 먼저 매각 자문을 했던 김앤장의 불공정 이슈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고, 쌍방대리를 피하려는 명분도 있다.(김앤장은 한앤컴퍼니의 매수 자문도 병행했다) 어차피 현재 시국은 대선 예비 경선으로 시끄럽고 연말로 갈수록 웬만한 이슈는 다 묻히게 되어 있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의 뉴스가 덮이길 바랄 것이고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보인다. 개별 기업으로서의 남양유업이 남긴 사회적 비난과 혼란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법을 시장에 제시하고, 형식을 구체화하면서 오염된 이미지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불행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을 너무 완고하게 유지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싸게 사도 나쁜 물건이 있고 비싸게 사도 좋은 물건이 있다. 남양유업은 비싸게 사도 좋은 물건이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고 축산농가에 미치는 바잉파워를 생각했다면 남양유업은 당시 계약의 2배를 불렀어도 괜찮았을 계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수하여 유무상증자와 액면 분할만 해도 시총 1조를 넘기는 건 일도 아니라는 사실은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 당시 저가매각 논란과 이면계약설이 일었고 주변의 여러 조언을 통해 홍 회장이 결정을 번복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지리한 법정 공방이다.

이의찬 객원논설위원 ftnt58@naver.com

*객원 칼럼은 필진의 개인적인 사견이 포함될 수 있으며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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