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마다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끝에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31일 오전 10시 3분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주민센터 희망 사과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나무 밑을 샅샅이 찾았으나 성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후로도 두 차례나 더 전화가 걸려와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고 묻자 공무원들은 다시 주변을 훑었지만, 마찬가지로 성금은 없었다.

이에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 등을 확보, 분석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주민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섰다. 그러던 중 한 주민으로부터 자동차 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을 건네받았다.

제보자는 "평소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량이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돼 있었다"면서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앞뒤 번호판이 모두 흰 종이로 가려져 있어 의심스러워 번호를 적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제보에 따라 차량 1대를 곧바로 수배했고, 4시간여만에 절도범들을 긴급체포했으며 기부금도 회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회에서 알게 된 사이로 컴퓨터 수리점을 열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수일 전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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