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미정 기자]  "검사님은, 권투를 좀 아십니까? 라이트 레프트 몇대 때렸습니다". "복싱에서처럼 ‘아구(아가리)를 여러 번 돌렸다는 겁니다"

2007년 6월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첫 공판에서 피고로 출석한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이 담당 판사 앞에서 증인신문을 하는 검사에게 한 말이 회자된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한화그룹 보복폭행'.

당시 주인공은 삼남이 아닌 차남 김동원씨.  차남 김동원씨를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김회장은 경호실 직원들과 함께  청계산으로 끌고가 쇠파이프,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 '보복폭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한화그룹 셋째아들 김동선씨의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장소는 술집이다.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시각이다. 

10년전 보복폭행으로 한화 그룹 자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그간 그룹을 흔들만한 사건을 구지 상기하자면, 2000년초 LG그룹 LG카드(현 신한카드) 사태, SK그룹 분식회계 사태 등이 떠오른다. 그룹과 나라를 흔들 사태들이었지만, 이른바 '기업하는 사람들이 기업활동하다 흔들렸다'라고 애써 카테고리라도 묶어보려는 경제계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잊혀질쯤 마다 등장하는 한화그룹 관련 사건들은,  이번처럼 기업하는 사람이 이윤 내서 비싼 술 마시다 사고친 등등의 사건이니, 좋게 볼래야 보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당시, 김회장은 보복 폭행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이후 항소끝에 우발적인 점을 감안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으로 감혔됐다.

그러나 수사중단 청탁으로 경찰청장 출신 당시 한화고문은 1심에서 징역1년이 선고됐고, 사건을 담당했던 남대문경찰서 서장과 담당 수사과장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룹만 발칵 뒤짚힌게 아닌 수사기관까지 뒤흔든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경찰이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순찰 차량을 훼손한 것까지 죄명을 추가해 엄정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승연 한화회장도 연이어 이번에는 포기한 듯하다. 그 사이에도 마약 구설수 및 뺑소니 등 한화그룹은 경제면 기사 꼭지수에 밀리지 않을만큼 화려한 사회면 기사들로 이름을 올려왔다. 

10년전 재판정에서 '권투를 아십니까' 라는 말을 꺼낸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저지른만큼 벌받아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재벌가에 '금쪽같은' 아들이지만, "좀더 일찍 냉정했더라면.."이라는 말이 나오는건, 보통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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