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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의 포토에세이(51) 카오산 로드의 여행자

[뉴스비전e] 라오스에서 선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배는 푸켓으로 출장 왔는데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부탁했습니다. 나는 곧장 버스를 타고 서른여덟 시간이 걸려 푸켓에 도착했습니다.

먼 길만큼 도와줘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일주일을 고생하고 300달러를 받았습니다. 방콕으로 돌아온 나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한국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수박주스를 한 잔 시켜 놓고 잠깐 나갔다 돌아와보니 내 자리에 모르는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자리 주인이라고 하자 그녀는 가방을 치우며 부산 사투리로 사과했습니다. 타국에서 듣는 고향 사투리가 반가웠습니다.

죽을 먹고 있기에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배가 아파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상태가 심각하다며 의사가 MRI를 찍어보자고 했지만 돈이 없어 그냥 나왔다고 했습니다.

문득 친구가 맹장염에 걸려 급히 한국으로 간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녀에게 친구 이야기를 해주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에어컨이 잘 나오는 곳에서 그녀를 쉬게 하고 비행기표를 구하러 여행사를 찾아다녔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표를 구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퇴근하려는 여행사 직원을 겨우 붙잡아 한 장 남아있던 표를 예매했습니다. 그녀에게 요금이 500달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녀는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돈을 받을 만한 형편도 되지 않는 듯 했습니다.

태국 여행도 몇 달 동안 학과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수중에는 200달러밖에 없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밥 한 끼 먹고 수박주스 한잔 마시려다 일주일 동안 가이드 해서 번 돈을 다 써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내 돈을 보태 표를 샀습니다. 한국에 도착해 쓸 차비까지 지인에게 빌려 쥐어줬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그녀는 처음 본 자신을 왜 도와주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웃었습니다. 그녀는 돈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답했습니다.

“내가 당신 나이였을 때 나도 카오산로드에 있었어요. 그땐 돈은 없었지만 행복한 여행을 했답니다. 지금 당신의 상황이 열악하지만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내 나이가 되어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 만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세요. 그럼 나에게 진 빚을 갚은 거라 생각할게요.”

그녀는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얼마 뒤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빌려 주었던 돈을 갚았습니다.

방콕에서 몸이 아파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여학생을 배웅하고 나서 그녀 나이 때 떠난 카오산로드에서의 배낭여행이 생각났습니다.

길에는 여행객만큼 쥐가 많았고 길거리 음식도 마음껏 사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알렉스 김  alexjo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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