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젊은이들의 고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사랑과 연애’, ‘눈물 나는 사람들, 관계와 소통’, ‘방황하는 스무 살, 성찰과 자아’ ‘세상을 향해, 좌절과 성장’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네 가지로 저들의 삶을 모두 포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어준 상처들에 근거해 나누었으니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이제 그들이 어떻게 한시로 자신을 위로했는지를 보기로 합니다.

명상(연꽃1)_이나나

◆ 관계와 소통, [상처] :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 힘이 되는

불치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를 수발하느라 피 묻은 시트도 빨아보았고, 입원실 보호자에 내 이름도 올려보았다. 집이 싫어서 이런저런 사고도 많이 쳤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 1년에 50일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하루에 스무 알도 넘는 약을 드셔야 겨우 생활이 가능하지만 아버지가 살아계심에 감사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금껏 나를 키워주신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점점 쇠약해져 혼자 서기도 버거운 아버지를 보면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빗소리에 하루 다 가도록 사립문 닫았거니와
물이 갉아 섬돌 뜨락의 풀은 뿌리마저 드러냈네.
정원의 역사를 요사이 얼마나 정리했던가
앵두는 아들 맺고 대나무는 손주를 낳았네.
_여름날 우연히 읊다夏日偶吟, 남병철

雨聲終日掩柴門, 水齧階庭草露根. 園史近來修幾許, 櫻桃結子竹生孫

 

[위로] : 자식은 아픈 부모의 의사다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인생에서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 중 한가지입니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분이라는 생물학적인 의미 외에도 언제든 조건 없이 나의 최전방 지원군이 되어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님의 존재를 당연히 여기고 보살핌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죠.

<여름날 우연히 읊다>는 직접적으로 효도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내려온 집 안의 섬돌은 세월에 이리저리 깎여나갔고, 바쁜 일상에 쫓기다 문득 바라본 집 앞 꽃과 대나무는 어느덧 세대가 바뀌어 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것도 변하고 사라져 갑니다.

백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부모님도 언젠가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실 것입니다. 점점 쇠약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에 가음 아픈 당신처럼, 아버지도 자신을 병간호하는 아들을 보는 게 못내 마음 아프실 겁니다.

다른 부모처럼 먹을 것, 입을 것 하나 더 못해주는 미안함에, 자식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 같은 죄책감에 당신보다 큰 아픔을 느끼고 계실 거예요. 환한 웃음과 함께 조금 더 따뜻하게 말을 건네 보세요.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자식으로서 잘 지내는 모습, 성공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보여드리세요. 눈을 마주하고 손을 잡아드리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는 부모 자식 사이가 되길 바랍니다.

 

◆ 김승룡 교수는...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식 인’, ‘인간의 마음’, ‘로컬리티’ 등을 염두에 두고 《묵자》, 《사기》를 비롯해 한시 와 시화를 가르치며 고전지식이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 다. 동아시아 한문고전의 미래가치를 환기하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것 이나 한문교육이 인성을 증진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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