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비전e] 젊은이들의 고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이름, 사랑과 연애’, ‘눈물 나는 사람들, 관계와 소통’, ‘방황하는 스무 살, 성찰과 자아’ ‘세상을 향해, 좌절과 성장’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네 가지로 저들의 삶을 모두 포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어준 상처들에 근거해 나누었으니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이제 그들이 어떻게 한시로 자신을 위로했는지를 보기로 합니다.

◆ 사랑과 연애, [상처] : 장거리연애 중인 우리, 멀어질까 겁이 나요
우리는 캠퍼스 커플로 그녀와의 만남은 어느덧 5년째가 되어간다. 처음엔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기에 매일같이 만났지만, 직장을 찾아 멀리 떠난 그녀와 이제 고작해야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보지 못한다. 그나마 가끔 만날 때도 그녀는 직장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뿐이었다. 사는 곳도 서로 멀어진데다 학생인 나로서는 그녀의 직장생활을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녀의 투정을 받아주다가도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었고, 그녀 역시 장거리 연애가 힘겨워 보였다. 그러다보니 점차 다투는 날이 늘어가기만 한다. 함께 캠퍼스를 거닐 때만 해도 이런 걱정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서로가 멀어질까 겁이 난다.
| 약속해놓고 오기는 어이 더디신가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 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
◆ [위로] : 설렘이 있어 행복한 기다림
사랑하는 이를 자주 보지 못하는 마음,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 간절한 마음이 너무도 예쁘네요.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들 하지요. 대략 2년이 지나면 남녀 사이에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많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넘기고 오랜 기간 연애를 해 온 두 사람이 대단하네요.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추억도, 위기도 있었을 테죠. 그 모든 일을 함께 겪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이 견고해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웬 걸. 이번에야 말로 정말 강적이 나타난 셈이군요.
<여인의 마음>을 보면 기다림의 시간을 달관하며 자신을 더 가꾸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 시간이 헛것이 될지언정 말이죠. 기다림을 오히려 즐겁게 여기며 순간의 설렘을 즐기는 재치가 보이지 않나요. 자신을 더 가꾸면서 상대를 만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저도 장거리연애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그녀를 만나러 서울행 버스에 오르는 그 순간의 설렘과 즐거움만으로도 2주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저를 행복하게 했던 건 만남보다 기다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도 말합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렇게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 김승룡 교수는...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식 인’, ‘인간의 마음’, ‘로컬리티’ 등을 염두에 두고 《묵자》, 《사기》를 비롯해 한시 와 시화를 가르치며 고전지식이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 다. 동아시아 한문고전의 미래가치를 환기하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것 이나 한문교육이 인성을 증진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