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오는 3월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자금조달에 분주하다. 

두산의 영업이익 1조원대로 복귀,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호조, 중국사업 수익성 개선 등이 박회장의 성과로 꼽히고 있지만, 재무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숙제는 금융시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단기차입금 주채권 산업은행 "아직 심사단계는 아니다"

두산의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려왔다. 

두산중공업의 2017년 6월말 및 3월말 단기차입금 현황 <자료 / dart>

지난해 6월말 기준,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려온 단기차입금은 1조12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말 7250억원에 비해 4천억원이 늘었다는 점에서 1년 이내 갚아야할 부채가 상당히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들이 두산그룹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일제히 강등하면서 앞으로 자금조달 상황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

산업은행이 등급이 낮아진 두산중공업 차입금에 대해 만기 상환으로 마무리를 할지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산업은행의 여신에 대한 위험도 관리 프로세스 상 담당 기금부서에서 여신 심사부서로 위험도에 대해 알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두산중공업 뿐 아니라 그룹 계열 전체의 부채를 살피게 된다. 

지난 2014년부터 산업은행은 계열사간 내부거래정보 분석을 시스템화 하고 있다. 상호순환출자로 형성된 지배구조와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 등의 위험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두산중공업에 빌려준 차입금에 대해서는 이를 기반한 심사단계 수준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계열사로부터 600억원 조달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 상환 방법으로는 두산엔진에 대한 매각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가 본입찰을 진행했고, 두산엔진에 대한 경영권 지분 42.66%를 비롯 엔진사업부를 인수하게 된다. 두산밥캣 등 계열사 지분은 제외된다. 

경영권을 빼고 나면, 사업본질적인 평가가 남게 되는데, 전방산업인 해운업과 조선업의 업황이 좋지 않다. 

여기에 두산엔진의 순차입금 중 1000억원~1500억원 상당을 인수자가 끌어안게 될 경우 매각을 통해 두산중공업에 유입될 현금은 실질적으로 500억원~6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인 체코 'Dosan Skoda Power r.o.a의 2015년 말 (위) 및 2017년 9월말 기준(아래) 현황. 해당사의 비영업 이익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단위/ 백만원, 자료 dart>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두산중공업이 해외 계열사인 두산 스코다 파워(Doonsan Skoda Power. s.r.o)로부터 이달 12일 빌리기로 한 835억원의 단기차입금이다. 연 3.7%의 금리로, 상환일은 올해 12월31일이다. 

두산중공업이 이달 빌린 금액은 체코에 있는 두산 스코다 파워의 1년치 이익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규모다. 

특이한 점은 두산중공업의 체코 계열사 스코다파워 역시 포괄적손익(영업상 이익 뿐 아니라 금융 및 증권의 가치가 올라간 것까지 합한 총 이익)에서 실제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순손익)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순수한 영업 활동에서만 놓고 보면, 두산 중공업 체코 계열사의 2015년 분기당 평균 150억원에 달했던 이익 규모는 지난해들어 분기당 70억원~9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두산 스코다 파워의 업황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일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 빌려준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회사 단기차입 목적에 대해 운영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중공업이 올해 5월과 6월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엔진 매각대금과 해외계열사로부터 빌려온 자금까지 더해 단기차입금 상환을 할 수 있겠지만,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그룹 전체의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해야 할 일은 박정원 회장의 숙제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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