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outsourcing-pharma.com>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바이오, 로봇 등 타 분야와의 기술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의 기대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개발을 가속화시켜, 초기 약물 후보군 발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 업계는 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 역시 신약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 분야는 미진한 편이라 인공지능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약개발의 난제...성공률 저조, 긴 임상기간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분야로서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장기간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 구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신약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의 성공 확률이 저조하다. 보통 5,000~10,000여 개의 신약 후보 물질 중에서 9개만이 임상에 진입하고, 그 중에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판매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단계별 후보약물 <자료 / 생명공학 정책센터>

FDA 허가를 위해 소요되는 임상기간도 평균 4.6년에서 7.1년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제약사들은 지난 15년간 신약 발견을 위해 약  520조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이는 항공산업의 5배,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산업의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신약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신약 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여 건이지만, 인공지능은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400만 명 이상의 임상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적합한 데이터를 탐색하고 새로운 연구가설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며, 분석결과를 조직화하고 연구팀에 공유해 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수의 연구원만으로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여 블록버스터 약물개발이 가능하며, 제약사가 약물을 개발하지 않고 라이센스 구매 및 판매에만 주력하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등장이 가능해 질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 착수

글로벌 제약 업계의 신약개발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15년 1,498억 달러에서 연평균 2.8% 증가해 2022년 1,8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으며, 효과성 및 효율성을 높여 성공률과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이자, 얀센 등은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해 난치성 질환, 면역항암제의 신약을 개발중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개발 <자료 / 융합연구 정책센터>

일본의 경우,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와 교토대학이 협력하고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원하에 약 1,10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00여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팀을 이루어 신약개발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대학병원, 오사카 대학병원, 게이오병원 등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의료기관과 제약 및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이 참가해 인공지능으로 연구 및 신약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 분야 미진...인공지능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 필요

국내에서도 신약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 분야는 미진한 편이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신약개발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솔수션을 만드는 기업으로 약물 상호작용을 포함한 약물 구조의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이 가능한지 파악하고, 약물 후보들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해 피드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에 반영해 재실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탠다임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구조 <스탠다임>

종양학 분야에서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협력해 검증 및 실험을 수행하고, 아주대 약대와는 
파킨슨병을, 한국과학기술원과는 자폐증에 대한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알콜성 지방간 및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파로스 IBT는 신약 개발용 인공지능 플랫폼인 케미버스를 개발 중으로, 이 인공지능 플랫폼은 현존하는 약물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상업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1천 200만 개의 화합물에 대한 정보, 200만 개의 표적 단백질의 약효 데이터, 2억 편의 논문 정보가 집약된 펍메드(Pubmed)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주는 인공지능이다. 케미버스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가상 탐색함으로써 유효물질 발굴 및 물질의 특성을 예측하고 설계해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규모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큰 격차가 나는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는 인공지능 플랫폼과 서비스가 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 인공지능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신약 탐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에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된 형태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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