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자율주행차, 수소차,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에 있어 경량화는 필수 조건이다. 필수 부품인 니켈 등 2차전지의 소재 가격,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의 기술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지시간 12일 폐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도 미래 자동차는 스마트시티라는 행사 주제와 견줄만큼 뜨거운 이슈였고, 구글 · 바이두 · 우버 · 리프트 등 이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픽스커의 탄소소재 적용 경량화 자동차는 차량 소재의 혁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의 경량화를 위해서는 여러 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차량 제조사 뿐 아니라 소재를 만드는 철강사의 혁신이 뒷받침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사들이 차량 경량화를 위한 신규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출을 이끌어온 철강 생산을 잠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빅 이슈로 자리잡은 '차량 경량화'

픽스커의 탄소소재 적용 차량 이모션 <사진 / 픽스커 홈페이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차체 무게를 10kg 줄이면 연비는 이전보다 2.8%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실험결과, 차체 무게를 기존 대비 10% 줄 일 경우에는 연비가 6% 개선되고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도 각각 8.8%, 4.5%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환경개선을 위한 규제도 강화중이다. 연비개선을 통해 자동차가 뿜어내는 유해물질을 일정 기준 이하로 규제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자동차가 리터당 24.3km의 연비 규정을 맞춰야 하고, 중국은 리터당 20km, 미국은 리터당 21km, 유럽연합은 리터당 25.1km를 충족시켜야 한다.

차량경량화는 미래자동차로 옮겨가기 위한 핵심 과제일뿐 아니라, 엔진 기반 기존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필수 항목이 됐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에 이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해 시험중이다.  

차량당 알루미늄 적용 전망 <자료 / 더커월드와이드>

글로벌 컨설팅업체 더커월드와이드는 오는 2025년 자동차 차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비율이 18%로 지난 2015년 4% 대비 4배 이상, 도어에 적용되는 비율은 46%로 약 8배 늘어나는 등 알루미늄 적용 비중이 크게 늘 것으로 분석했다.

포드는 F-150 차체 전체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기존대비 무게를 340kg 감량했으며 BMW는 전기차 i3에 CFRP와 알루 미늄 합금을 적용, 무게를 350kg 줄였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차체의 53%에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하고 후드와 테일게이트, 섀시 등 부품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줄여 리터당 22.4㎞의 연비를 달성했다. 바스프사와의 협업을 통해 고성능 N브랜드의 콘셉트카 RN30에 CFRP보다 더 가벼운 경량플라스틱소재를 적용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 뉴크루즈 디젤모델 차체에 초고장력강판·소부경화강과 같은 고강도 재질을 74.6%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크루즈 대비 110kg의 경량화에 성공했다. 또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엔진을 탑재해 차체 무게를 줄이면서 리터당 16km의 공인연비를 달성했다.
 
◆소재 개발에 있어서의 철강사들의 양극화

자동차 생산의 주축을 맡았던 국내 철강사들의 움직임에는 입장차이가 선명하다. 

포스코 전기차 콘셉트 모델 <사진 / 포스코>

철강기업 포스코는 차세대 소재를 위해 적극 뛰어들었지만, 현대제철·DK동국제강·동부제철은 사뭇 다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는 차체 소재인 기가스틸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소재 대중화에 적극 나섰다.  

포스코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전기차 전용 차체 PBC-EV(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다. 

PBC-EV는 기존 알루미늄, 마그네슘, 컴포지트 등 경량 소재가 해결하지 못한 생산 효율성과 생산 과정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의 약 65%를 기가스틸로 채웠다.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핫프레스포밍과 롤포밍 기법이 사용함으로써, 일반강 차체 대비 30% 향상된 경량화 비율을 달성하면서 생산 비용 상승도 5% 미만으로 낮췄다.

경량화와 생산효율을 적절히 추구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1~2년전부터 자동차 경량화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이후, 이에 대한 핵심소재로 탄소복합소재를 선정해 2019년을 목표로 사업화에 들어갔다. 

기아차 니로EV <사진 / 현대기아차>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포스코처럼 차량경량화 소재 개발에 있어 원활한 사업 구조를 갖지는 않는다.   

탄소복합소재로  자동차 주요 부품을 대체하면, 자회사 현대제출의 냉연 철강 수요가 줄어들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정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뉴스비전e와의 통화를 통해 "4·5 고로 등 수년간 추진해온 냉연강판 증설계획이 그룹의 탄소소재 적용 증대 계획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면이 있기는 하다"라고 밝혔다. 

기존 1,2,3고로에서 만든 철강 900만톤 중 490여만톤 분량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자동차용 냉연 제품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열연 처리 등을 거쳐 전자제품이나 건설용을 비롯한 일반 철강으로 가전사 및 건설사에 공급해 왔다. 

자동차 판매 부진에 이어 탄소소재로 교체하는 계획까지 겹치면서, 4고로, 5고로 증설에 따른 생산캐퍼가 늘어나면 이런 일반 철강용으로 대거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래자동차 준비를 위해 필수적인 자동차사와 철강사 등의 부품소재사의 협력은 상반된 입장에 의해 당분간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상반된 입장차로 인해 탄소소재 및 알루미늄 등 핵심 소재에 대한 개발 속도에 있어서 양극화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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