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비전e DB>

[뉴스비전e 장연우 기자] “우유가 없어. 우유 한 팩 주문해 줘.”

인공지능이 발달한 시대에 익숙하게 볼 수 있는 AI 비서를 활용한 쇼핑의 한 장면이다.

어쩌면 이 과정도 생략되고, IoT 냉장고가 우유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AI 비서에 의존해 수동적인 구매 패턴을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들어,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의 특징 중 하나는 ‘제품 추천’ 기능이다. 에코에 대고 “티슈를 주문해 줘”라고 말하면 기존에 주문했던 제품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해당 상품을 다시 주문할 것인지 물어본 후 제품 재고가 없을 경우 자체적으로 검색엔진을 돌려 추천 제품을 알려준다. 

<사진 / amazon.com>

이런 과정 속에서 간과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상품 리스트가 소비자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 따지던 소비자의 눈앞에서 가격, 유사 상품 등의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을 AI 비서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상품 리스트가 보이지 않는 AI 시대. AI 비서가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바꿔놓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도 AI비서의 마음을 얻는 방법 찾기에 몰두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 링크를 클릭하는 대신 음성 명령을 통해 AI 가상비서로 쇼핑을 하게 되는 시대에 유통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것으로 보인다.

 

◆AI 플랫폼 소유자의 막강한 권력화... AI 비서가 결국 1차 고객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오프라인이나 단순한 온라인사이트에선 유통업체가 상품을 어떻게 광고하고 어디에 배열하느냐가 판매를 좌우하는 요소였다. 반면, AI 쇼핑의 경우, 평상시 소비자가 이용하는 상품군의 종류와 가격, 소비자의 연령대와 취향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추천되기 때문에 판매자의 개입이 최소화된다. 가장 분명한 것은, AI 플랫폼 소유자가 유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관여 생필품의 경우, 플랫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저관여 제품’(low-involvement product)이란 제품에 대한 중요도가 낮으면서 값이 저렴하며, 상표 간의 차이가 별로 없고, 잘못 구매해도 위험이 별로 없는 제품을 일컫는다.

비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별로 고민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즉 ‘비누 한 상자 주문해 줘’라는 명령에 AI 비서가 추천한 PB 상품, 제휴 제조사의 상품, 또는 광고 상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아마존은 다수의 PB브랜드를 보유하며, AI 음성 비서 알렉사(Alexa)가 구매 명령을 수행할 때 PB를 추천하도록 하는 등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PC-모바일의 검색 광고 상품과 AI 서비스를 손쉽게 연결해 새롭고 더 강력한 광고상품을 출시할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은 AI 비서가 결국 1차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AI 비서가 작동하는 검색 엔진이나 가격 비교 플랫폼에서 자사 상품이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마케터들은 이러한 상품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광고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차 고객이 일반 소비자가 아닌 AI 비서가 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광고업계는 AI 비서의 취향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규모 브랜딩 광고의 증대...광고주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TV 드라마보다 인터넷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더욱 일반화되는 시대에도 TV 광고는 여전히 유효한 매체다. 브랜드가 비싼 광고를 집행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도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한, 홈쇼핑을 즐겨 보는 사람부터 유튜브 스타에 빠져 사는 10대까지, 광범위한 타깃을 공략하고,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동영상에 비해 집안일을 하며 무심코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브랜드의 각인 효과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광고주들은 소비자가 AI 음성 비서에게 ‘우유 한 팩’ 대신 ‘ㅇㅇ우유 한 팩’을 주문해 달라고 말하는 순간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의 특정한 맥락과 요구에 의한 상품 주문

“혼술하기 좋은 안주를 주문해 줘”, 또는 집들이를 앞두고 “여럿이 하기 좋은 게임 다운로드해 줘” 등 명령을 받은 AI는 상품을 검색하게 되고, 맥락에 맞는 상품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권에 들 것이다.

<사진 / developer.amazon.com>

만약 어떤 이슈가 중요하게 떠오른다면 어떨까? 가축 전염병을 예로 들 수 있다. 소비자는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양계 농장 번호를 외우는 대신 “조류독감 안전 지역에서 생산된 달걀을 주문해”와 같은 명령을 내릴 것이다. 이처럼 말 한마디로 이슈를 비껴갈 수 있게 되어 소비자와 시장은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파급은 더욱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바이두에서 B2B 글로벌 총괄을 맡고 있는 린다 린 총경리는 “음성인식, AR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 유저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실제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각적인 면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모색이 더 절실해 졌다.

 

일각에서는 AI가 아직까지는 단순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쓰이면서 당장 유통업계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개인의 생활 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고, 시장을 바꾸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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