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장연우 기자] 애플이 루트박스(Lootbox/확률형 랜덤 아이템 박스)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제시하면서,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루트 박스는 게임에 필요한 '랜덤형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상자다. 플레이어들은 앱스토어 또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 내에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상자에서 특정 아이템을 확률로 뽑는 '루트박스'는 국내 모바일게임에도 적용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 / 테크타임스>

그러나 구매를 통해 정확히 어떤 루트박스의 정확한 아이템 종류와 이에 대한 획득 확률 등이 공개되지 않아, 루트박스에 대해 사행성 논쟁이 확산돼 왔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게임 및 도박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규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 속에, 애플은 루트박스에 대한 새 기준을 최근 발표한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 개정...루트 박스 아이템타입 획득 확률 공개 의무화 

애플은 루트박스 구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종류와 확률을  미리 밝히도록 게임 개발사들에게 의무화했다.  애플은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이를 반영했다. 

모바일 게임에서 루트 박스 채택이 확대되면서,  애플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앱스토어 내 구매를 감시할 것이라고 테크타임스 등 해외 IT 매체들은 전했다. 

<사진 / 앱스토어 캡쳐>

애플의 새로운 앱 스토어 지침서에는 "구매하기 전에 각각의 항목 유형을 고객에게 제공할 가능성을 밝혀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블리자드의 디지털 트레이드 카드 게임 '하스스톤(Hearthstone)'에서, 플레이어들은 5개의 무작위 카드를 포함한 카드 팩을 살 수 있다. 루트박스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들에는 클래시 로얄(Clash Royale), 사우스 파크:폰 디스트로이어(South Park: Phone Destroyer) 등도 있다. 

애플의 새로운 기준에 따라, 이와 같은 게임들은 곧 업데이트 되어 플레이어들이 루트박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을 미리 고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중국에 이어, 유럽으로 확산

이번 애플의 새로운 기준은 올해 초에 게임이 약탈물 상자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법으로 규제한 중국의 정부의 정책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중국의 법규제를 받아들여, 블리자드는 하트 스톤, 오버 워치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적용했다. 

올해 11월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루트박스가 도박과 다름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앱 내 구매는 어린이들의 정신 건강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10월 중순 '인터넷 안전 전략' 계획을 발표 한 직후 도박성향 게임에 대해 도박 규제 기관인 영국 도박위원회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미국 하와이주는 이와 관련한 규제를 마련해 11월 발표했다.  

미국 하와이주는 루트박스 등 게임사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11월 발표했다 <사진 / 테크타임스>

미국 최대 게임 개발사인 EA가 신작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2'를 출시하면서 게임내 다양한 소액결제 옵션과 랜덤 박스, 소액결제로 조기에 해금 가능한 옵션을 대거 삽입하자 사용자들로부터 게임 밸런싱 붕괴와 도박에 가까운 사행성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EA는 게임내 현금결제 기능을 일시적으로 제거해 출시했지만 논란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루트박스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 유럽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루트 박스는 일종의 마이크로 명령의 형태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미 정가대로 산 게임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수없이 지적한 확률형 아이템...결국 애플이 먼저 제재 나서

한국 역시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판정과 사후관리 이외에는 별도의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만 유독 제약이 없는 것이 의문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매출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게 일부 국회의원들과 및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입장이다. 

결국 법적 제재 기준을 마련하기에 앞서, 애플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수위는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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