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장비 제조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장비 고도화 정책을 발표하며 제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강국임에도 한국은 LCD의 전공정에 쓰이는 노광장비, 패턴 장비 등 고부가가치 핵심장비에 대해 그간 일본, 네덜란드, 미국 등에 의존해 왔다. 

주성엔지니어링, SFA반도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국산화를 위해 끊이없이 도전해 온 결과 해외 의존도는 많이 줄였지만, 이제 4차산업 시대로 본격 진입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은 확실치 않다. 

이에 장비산업의 특성과 세계적 변화 흐름, 그리고  4차산업 시대를 맞아 대비해야 할 방향을 기획 연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③ 글로벌 대표 장비사들의 성공 공식은?]

 

◆"산업 태동기 놓쳤으면, 특정 국가의 초기 시장을 노려라"

장비 시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 자체의 높은 기술 장벽, 그리고 보수적인 고객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의 기술로는 진입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시장에서 이른바 '레퍼런스(Reference)'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 노하우가 분명한 영역에 진입하여 정착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진 / 울박 홈페이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울박(ULVAC)은 1950년대부터 ‘진공 처리 기술’ 기반 사업을 전개했다. 축적된 진공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에는 반도체 장비 사업을, 1990년대에는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울박은 2016년 기준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점유율 약 10%로 5위에 올라 있다. 

캐논(Canon)도 1930년대부터 현미경 사업을 진행하며, ‘광학 기술’ 기반의 전문성을 축적했다.이어 1970년대에는 ‘광학기술’ 기반의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광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축적한 캐논은 올해 1분기 기준 디스플레이 노광 장비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최고 위치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해 장비업계 관계자는 "울박, 캐논 모두 오랜 기간 진공, 광학 분야에서 기술을 연구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왔기 때문에, 그 기술이 적용된 장비도 고객이 신뢰할 수 있었다"로 해석했다.  

이에 더해 주요 장비 기업들의 성공 이유로 기업들이 특정 산업의 태동기에 진입했거나, 이를 놓쳤을 경우,  특정 국가의 초기 발전 단계에 미리 진입하여 정착한 모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인 장비 시장에서는 고객-사업자 거래 구조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선발자의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은 반도체 산업 태동기인 1960년대에 반도체 화학 증착 장비 ‘AMV 300’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했다. AMAT의 2016년말 기준 매출은 108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글로벌 1위 못해도 중국에서만큼은 '정상'...화낙의 비결은?

이와 같은 특징은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용 로봇 <사진 / 화낙 홈페이지>

산업용 장비 제조사 화낙(Fanuc)은 글로벌 경쟁사 에이비비(ABB)가 2005년, 야스카와(Yaskawa)와 쿠카(Kuka)가 2013년에 중국 현지 공장을 설립한 것과는 달리 2002년 현지 공장을 설립하며 경쟁사들 보다 먼저 중국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증가하는 중국 산업용 로봇 수요에 경쟁사들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화낙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에서는 ABB에 뒤져 있지만, 중국내에서 만큼은 1위다. 

화낙은 2015년말 기준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ABB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중이다.

 

◆시장 진입 성공후 확장전략..."레퍼런스 갖춘 브랜드 인수"

장비 시장이 지닌 보수적인 특징은, 초기 진입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서도 작용한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의 사업 확장 전략은 여전히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를 위해 이미 고객 기반과 레퍼런스를 갖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자체 현장에서 직접 충분한 시범테스트(파일럿 테스트/Pilot Test)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 외부 사업으로 확산하는 방식 등이 있다.

지멘스(Siemens)의 경우 IT 솔루션을 결합한 공장 자동화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최근 10년 동안 18건의 IT 솔루션 기업을 인수했다.  PLM14 분야 선두기업인 UGS를 포함, 최근 10년 동안 인수한 솔루션 기업의 인수 당시 업력은 모두 10년 이상으로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었다. 

PLC 장비 <사진 / 지멘스 홈페이지>

이를 통해  지멘스는 경쟁력 있는 IT 솔루션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 자동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마인드스피어(MindSphere) 등을 앞세워 빠른 시간 안에 공장 자동화 분 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미국 공장 자동화 기업 록웰(Rockwell) 역시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때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확장했다.  

2007년 유럽 바이오제약 시장 공략시, 유럽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아일랜드 회사 프로스콘(ProsCon)을 인수해 진출했으며, 2011년에는 아프리카 자원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서 그간 관련 사업을 진행해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기업 히프롬(Hiprom)을 인수했다. 

이런 방식으로 록웰은 현재 5,000개 이상의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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