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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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셧다운이 세계 최대 경제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전례 없는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노동통계국(BLS)과 경제분석국(BEA)을 포함한 핵심 통계기관들이 43일간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수집·발표하지 못하며 주요 경제지표가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건설, 무역, 재고, GDP 등에서 30건이 넘는 보고서가 멈추었고, 이는 투자자와 정책결정권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데이터 블랙아웃’을 초래했다. 아폴로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우리는 매우 어둡고 모호한 상태에 있다”며 “안개가 걷히고 있지만 단숨에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복귀하고 있으나 상황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월간 보고서는 발간이 대폭 지연되며, 일부는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연방통계전문협회 폴 슈뢰더 이사는 “최근의 셧다운 사태는 연방 통계 데이터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했으며, 지금이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우려했다.

노동통계국 전 국장 에리카 그로신 역시 “BLS는 주요 경제지표의 연속성을 우선시하고 싶지만, 인력 축소와 장기 중단으로 이번에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의 셧다운 당시에도 타격이 있었으나, 이번 기간은 그보다 훨씬 더 길고 영향도 광범위하다.

9월 고용지표는 정부 폐쇄 이전 이미 수집·처리된 덕분에 20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10월 노동시장 및 인플레이션 관련 보고서는 채취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일정이 불투명하다. 특히 실업률 산정에 필요한 가구조사는 전화 기반 방식이라 소급 수집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약 3분의 2가 현장 방문을 통해 수집되는 만큼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10월 데이터가 “영원히 발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셧다운 기간 동안 누락된 경제 지표가 “영구적인 손상(permanent damage)”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 공백은 단순한 행정 지연을 넘어 연말 소비 시즌을 앞둔 기업들의 채용·재고 전략, 물가 연동 사회보장 연금 지급 등 다양한 분야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금리인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지표의 부재가 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최장 셧다운은 결국 미국 경제의 ‘눈과 귀’ 역할을 해온 통계체계에 직접적 타격을 가했고, 그 여파는 글로벌 시장에도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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