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뉴스통신사(DPA)가 11월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니코틴 의존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 문제는 오는 17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 당사국 총회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FCTC에는 183개국과 지역이 가입해 있으며, 이들 인구는 전 세계의 약 90%를 차지한다.
WHO 추정에 따르면 현재 13~15세 청소년 약 1,500만 명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젊은 층 사이에서 전자담배의 사용률은 이미 전통 담배를 넘어섰다. 미국의 한 연구는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학생들의 ‘매일 전자담배 사용 비율’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추세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WHO FCTC는 20년 전 발효된 국제 협약으로, 각국이 담배 및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요 조치로는 담배 광고 금지, 고율의 담배세 부과, 그리고 담배회사가 보건 정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 등이 포함된다.
WHO FCTC 사무국 대리 책임자인 앤드루 블랙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가 “건강을 위협하는 담배 제품을 단속하는 국제적 노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700만 명 이상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어,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문가 그룹이 준비한 새로운 금연 규제안도 제출될 예정이다. 핵심 내용에는 전자담배 등 니코틴 제품의 향미제(Flavor) 사용 금지가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향미제가 청소년 니코틴 중독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사용 확산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담배 필터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들은 “필터가 있는 담배가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매년 수억 개가 버려지는 담배꽁초 속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전자담배 확산과 청소년 니코틴 중독이 빠르게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WHO 회의에서 어떤 규제 강화 방안이 채택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