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정부가 BBC의 영상 편집 논란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번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영상 조작 의혹과 맞물려 서방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미국 뉴스위크(Newsweek)는 11월 10일 보도에서, BBC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편집해 지지자들에게 국회의사당 공격을 선동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54분 간격으로 촬영된 두 개의 영상을 이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타르타스(TASS)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BC의 행동은 구제불능이다”라며 “그들의 보도는 지속적인 조작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하로바는 이어 BBC의 2022년 ‘우크라이나 부차(Bucha) 학살 사건’ 보도 역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부차에서의 조작도 BBC의 ‘편집’ 결과, 즉 정보 조작의 일환이다”며 “이 기관은 러시아 관련 보도에서 ‘기이한 이야기’를 꾸며내고, 터무니없는 허위 정보를 과장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2022년 4월,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부차 시의 위성 사진 세트를 공개했다. 해당 이미지는 러시아군 통제하에서 거리 곳곳에 시신이 방치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BBC는 “일부 시신의 손이 뒤로 묶인 채 발견돼 처형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부차 사건의 영상과 사진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지 세력이 공동으로 연출한 조작극”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BBC 영상 편집 논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 불신 주장을 다시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오랫동안 “주류 언론이 자신에게 편향적이다”라고 주장해왔으며, 주요 방송사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