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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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고, 항공편 대규모 취소 등 사회·경제 전반에 심각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1월 7일 미시간대학교의 월간 조사 결과를 인용해, 11월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보도했다.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10월 53.6에서 11월 50.3으로 떨어지며, 2022년 팬데믹 인플레이션 시기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조사 수십 년 역사상 최저치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 조앤 쉬는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며 경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제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크레셋 캐피털의 잭 에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저소득층 가계의 소비 신뢰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고소득층조차 연초보다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불안은 복지와 공공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7일 미국 대법원이 ‘보충영양지원계획(SNAP)’ 관련 구제금 전액 지급을 즉시 시행하지 않아, 약 4,200만 명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식품 보조금을 받지 못한 채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앞서 하급 법원은 정부에 11월 내 지급을 명령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일시 정지시켜 법원 시스템이 정부 요청을 추가 검토할 시간을 벌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셧다운 기간 중단된 연방 직원 급여 지급 재개 법안을 7일 부결시켰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셧다운 종료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과 이민 법집행관 급여는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일반 연방 직원 급여 삭감을 경고한 바 있다.

에버렛 켈리 미연방직원연합회 회장은 “수입이 없는 월급날마다 연방 직원과 가족의 재정적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의 생계를 볼모로 정치적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약 75만 명의 연방 직원이 무급 휴직 상태이며, 필수 인력 일부는 임금 없이 근무 중이다.

셧다운의 파급은 교통 분야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 뉴스통신(DPA)은 7일 미 연방항공국(FAA)이 인력 부족으로 미국 내 40개 주요 공항의 항공 교통 용량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당일 약 1,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덴버 등 주요 허브 공항에서 대기 행렬이 수 킬로미터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관제사 부족이 악화될 경우, 항공편 운항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9월 30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미국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소비 위축·복지 중단·교통 혼란 등 국민 생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셧다운이 내수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를 가속화시키며, 내년 초까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한층 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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