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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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는 10월 26일 보도에서 미국의 제1 브랜드 그룹(First Brands Group)과 삼색(Three Colors) 회사의 최근 파산이 개인 신용 시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분리된 비은행 대출 영역으로, 투명성이 낮고 신용 평가 기준이 다양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통 은행들이 리스크 규제 강화로 일부 대출을 축소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NBFIs)의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은행과 NBFIs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자금 흐름을 공유하는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P 글로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말까지 은행의 NBFIs 대출액은 두 배 이상 증가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S&P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위험과 보상이 공존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S&P 신용 분석가 브렌던 브라운은 “이제 비은행 기관이 소비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은행은 다시 비은행 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복합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은행이 자금을 덜 보유하게 만들지만, 최종 대출 수령자에 대한 파악력은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NBFIs의 성장세를 주시하고 있다. 연준은 최근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 품질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요 가설로 포함시켰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총 대출 손실액은 약 4,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연준은 6월 평가에서 “대형 은행들이 비은행 금융 압박에도 견딜 만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 삼색의 파산 소식은 금융 시장 전반의 불안감을 키웠다. 두 기업 모두 사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연쇄 부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의 과도한 대출과 팬데믹 시기 유동성 확대로 인한 후유증이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면적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10월 16일에는 미국의 일부 중형 은행 주가가 급락했으나, 이후 실적 개선 발표로 하루 만에 반등했다. S&P 글로벌의 또 다른 분석가 스튜어트 프레이저는 “현재까지의 문제는 개별 사례 수준”이라며 “전반적인 은행 신용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동일한 담보를 여러 기관이 동시에 대출 담보로 사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대출 조건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라자드 자산운용의 피터 오르사그 최고경영자는 CNBC 인터뷰에서 “비은행 대출이 너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향후 어느 시점에는 충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위기 단계로 보긴 어렵다”며 시장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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