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이 다가오면서 미국 시카고의 전통 의상점들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슈퍼맨 복장,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의상, 각종 가발과 마스크가 진열된 매장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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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디펜던트는 10월 10일 보도에서 “시카고의 의상 전문점 ‘시카고 코스튬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올해 주문량이 전년 대비 40%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점포 주인 코트란 히키(Cortran Hickey) 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새로 수입하는 의상 가격이 급등했다”며 “결국 고객들이 놀랄 정도로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파티 의상은 쇼핑 목록의 맨 뒤로 밀리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히키는 매출 감소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10년 이상 쌓아둔 재고를 다시 포장해 재판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그는 “신제품에 투자하면 팔리지 않을 위험이 크다”며, 독립 소매업자의 불안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대형 체인점은 유연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지만, 독립 매장은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관세가 장기화될수록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히키는 1월 할로윈 파티 의류 박람회에서 공급업체를 만나기 전까지는 관세의 파급력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박람회 당시 트럼프 정부가 취임 직후 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며 “결국 받아들이든 포기하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할로윈 관련 소매업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면과 소품을 판매하는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 스튜디오’ 의 공동 창립자 크리스토퍼 제프로(Christopher Zephro) 는 “올해 5월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했고, 생산지를 멕시코로 이전했으며, 가격을 15%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전역의 할로윈 의상점에서는 공식 캐릭터 코스튬이나 대형 세트 제품 가격이 최소 25% 인상될 전망이다.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히키는 20년째 미국 파티의상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처음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기회”로 봤다고 했다. 외국산 값싼 제품을 들여오는 대형 체인점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오히려 지역 독립 매장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솔직히 아마존이나 월마트가 타격을 입는다면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지역 상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었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형 체인점들은 오히려 가격 인하와 대량 할인으로 고객을 붙잡았고, 중소 상점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히키는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지만, 우리 같은 독립점은 적응과 차별화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할로윈을 앞둔 시카고의 거리에는 여전히 화려한 코스튬이 넘쳐나지만, 그 이면에는 관세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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