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가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리며 외환보유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신화통신은 11일 인도의 이러한 조치가 단순한 자산 구조 조정이 아니라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년 전 2,420억 달러에서 2,270억 달러로 줄었으며, 인도 준비은행의 금 보유량은 39.22톤 증가해 총 880톤에 달했다. 현재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약 6,900억 달러로, 뉴델리는 국채 축소와 금 확대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국제 금값은 온스당 약 3,600달러로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며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되지만, 러시아 외환보유액 절반이 서방 제재로 동결된 사건 이후 달러 의존도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일본, 영국, 중국 등 주요 보유국들도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중국의 보유 규모는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약 7,600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러시아는 이미 2018년부터 국채를 매도해 현재 3,600만 달러만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결정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인도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율은 50%까지 인상됐다. 인도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지속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고, 이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예브게니 샤토프 캐피털랩스 파트너는 “귀금속, 특히 금은 제재 위험에서 자유롭다”며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국채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확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스베틀라나 플루미나 러시아 플레하노프 경제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높은 적자와 부채 정책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달러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각국이 대체 자산을 찾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외환보유 다변화와 달러 의존 축소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신흥 경제국의 중앙은행들에게는 제재와 무역전쟁 속에서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