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아베사이(Abesai)의 8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매년 여름 개최하는 ‘정부 개방의 날’ 행사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독일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은퇴 재정 계획을 제안했다.
독일은 2025년 말까지 약 2,0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인구는 1,300만 명에 불과해 연금 재정의 불균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연금 지출은 이미 독일 총예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연금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베벨 바스 노동사회부 장관은 “연금이 임금 대비 48%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며 제도 안정에 무게를 뒀다. 반면 카트린 라이셰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3분의 2만 일하고 3분의 1을 은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장기적 차원에서 노동 기간 연장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는 폴란드의 민간 연금 강화 계획에 주목했다. 해당 방안은 안제이 도만스키 재무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시민들이 면세 자산을 적립해 은퇴 재원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네덜란드는 정년을 기대수명에 연동해 수명이 3년 늘어나면 근로기간을 2년, 연금 수령기간을 1년씩 늘리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2040년 이후에도 은퇴자 대비 취업자 비율을 40%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연금을 인플레이션 지수와 분리해 최소 50%포인트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 특유의 새로운 접근으로 ‘월 10유로 계획’을 제안했다. 2026년부터 독일의 만 6세부터 18세까지의 아동·청소년은 매달 10유로를 정부로부터 지급받아 퇴직 투자 계좌에 적립하게 된다. 12년간 누적 시 약 1,440유로가 쌓이며, 해당 금액과 이자 수익은 정년(현재 67세)까지 소득세가 면제된다. 성인이 된 후에는 연간 한도 내에서 개인 자금을 추가 납입할 수도 있다.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이 계획의 연간 비용은 약 15억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금융 교육을 조기 강화하고 60여 년에 걸쳐 안정적인 저축 기반을 형성해 차세대가 공적 연금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연금 제도가 빠르게 고령화하는 사회 구조를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메르츠 총리가 제시한 ‘월 10유로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작은 금액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 제도의 구조적 부담을 줄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